[신간]비트코인의 급격한 상승과 충격적 하락...'비이성적 암호화폐'

[신간]비트코인의 급격한 상승과 충격적 하락...'비이성적 암호화폐'

코인리더스 2024-05-09 15:46:00 신고



2021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지는 콘퍼런스라기보다는 축제의 현장과 같았다. '현금은 쓰레기'라는 라벨이 붙어있는 쓰레기통에 베네수엘라 화폐인 볼리바르가 가득 차 있었다. 암호화폐를 절대 팔지 않겠다는 의미의 '존버'라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이들도 있었고, 지지하는 암호화폐를 티셔츠에 새긴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연단에 오른 이들은 중앙은행과 화폐를 혐오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중 트위터(현재 엑스) 전 경영자였던 잭 도시가 "비트코인이 틀림없이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암호화폐를 숭배하는 분위기는 정점을 찍었다.

잭 도시를 포함해 마이애미에 초청된 연사들은 비트코인이 "신성한 기술"인 것처럼, 미래를 바꿀 혁명인 것처럼 말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 가격이 장기적으로 무조건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과연 그들의 바람대로 이뤄졌을까.

최근 출간된 '비이성적 암호화폐'(원제: Number Go UP)는 블룸버그 탐사 전문 기자 제크 포크스가 2년여간 암호화폐 세계를 밀착 취재해 엮은 책이다. 맨해튼, 마이애미, 스위스, 이탈리아, 바하마, 엘살바도르, 필리핀 등에서 도박꾼, 코드 설계자, 기획자, 억만장자까지 수백명을 인터뷰한 기록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일종의 종교와 같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마침내 비트코인을 이해하게 되는 그 순간을 종교적 가르침을 깨닫는 순간에 비유"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들의 눈에는 비트코인이 오를 것이라는 증거만 보인다. 이는 마치 컬트 집단의 구성원이 지구 종말과 자신들의 구원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런 믿음이 누구에겐 현실이 되기도 한다. 일부는 암호화폐로 벼락부자가 됐다. 거금을 얻은 그들은 바하마와 같은 조세회피처나 마이애미의 따뜻한 해변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요트와 마약을 구매하고, 저택을 사 날마다 파티를 벌였다. 돈은 얼마든지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왕이나 정부, 신 이외에 누구나 자신의 돈을 만들 수 있는 최초의 일"(리브 콜린스 테더 전 CEO)이라며 암호화폐를 마구 찍어댔다. 쉽게 번 돈으로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거나 말도 안 되는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3년부터 암호화폐 억만장자들이 모여드는 곳은 바하마가 아니라 법정으로 바뀌었다. 셀시어스, 보이저, 쓰리애로우즈 등 유명 가상화폐 회사가 잇달아 파산했다. 업계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가상화폐거래소 FTX마저 무너졌다. '코인계의 JP 모건'이라 불렸던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자는 구속됐다. "테라-루너 사기꾼" 권도형은 도피 생활을 하다가 몬테네그로 공항에서 체포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그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책은 가상자산 거부들의 급격한 상승과 추락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그들의 명멸을 취재하기 위해 조세 회피처를 여러 번 방문했고, 암호화폐 로맨스 사기로 불리는 '돼지 도살'을 추적하고자 캄보디아의 차이나타운에 잠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신매매와 코인 사기가 벌어지는 현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신매매단은 암호화폐를 사기 범죄에 이용한 것에 더해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노예로 팔 때 몸값을 테더코인으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코인은 이처럼 부도덕한 일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코인을 생산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은 인구 4천600만명의 아르헨티나가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또한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의 85%가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생산된 에너지에서 나온다.

저자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단언한다.

"나는 처음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꽤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멍청한 짓이었다."

RHK. 장진영 옮김. 5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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