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짐 로저스’와 ‘리박스쿨’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젓가락’ 논란과 ‘고졸 여성’ 등 혐오와 차별 발언이 정치권을 달군 데 이어 거짓말 논란과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지지율 격차는 다소 좁혀질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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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경기도 의왕시 한 건물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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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짐 로저스의 이재명 지지는 대국민 사기극”
국민의힘은 2일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공세를 펼쳤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에서 개최한 중앙선대위 현장회의에서 “민주당은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정작 당사자 짐 로저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지 선언을 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또 한 번 쇼를 기획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종합상황실장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죄”라며 이 후보를 향해 “국제사기·보이스피싱 대선 후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 국제협력단 공동단장인 이재강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저스 회장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로저스 회장이 편지 형태의 지지선언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언급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도 다음날 페이스북에 “짐 로저스의 지지 선언을 들었다”면서 “짐 로저스는 평화에 투자하자고, 미래에 투자하자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로저스 회장은 국내 언론의 질의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데일리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한국의 (대선 후보)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어떠한 의견도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에 로저스 회장의 선언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송경호(폴 송) 평양과학기술대학 교수에 대해서도 로저스 회장은 “폴 송을 한 번 잠깐 만난 적은 있지만, 그를 알지는 못한다”며 “그가 저에 대해 말했다는 것은 부정확하고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로저스 회장과 지지 선언 주최 측이) 소통을 계속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문장을 가다듬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공작사기’ 이런 표현은 과하다”고 말했다.
◇ 민주당 “리박스쿨 관련성 해명부터 하라”
이재명 후보도 경기 성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런 문제보다는 리박스쿨이라는 사이버 반란, 사이버 내란 중대 범죄에 대해 본인들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해명부터 하는 게 먼저다”라고 역공을 폈다.
리박스쿨 의혹은 최근 한 언론 매체가 우익 성향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 역사 교육 단체 리박스쿨이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팀을 운영했다고 보도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서울 지역 10개 학교에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을 받는 보수성향 단체 ‘리박스쿨’과 국민의힘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또 김문수 후보가 지난 2020년 리박스쿨 유튜브가 게재한 활동 보고 영상에 등장한 점, 리박스쿨이 주관한 교육에 유튜브 ‘김문수TV’가 협력사로 명시된 점을 언급하며 김 후보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종합상황실장은 “아무런 연관성도 객관적 증거도 없이 마치 국민의힘이나 김문수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댓글 조작을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최근 이재명 후보 아들이나 유시민 작가의 부정적 이슈를 덮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라고 반격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리박스쿨을 ‘십알단’(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댓글 공작을 했던 단체)과 연결시켰다. 김문수 후보는 이 후보의 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담패설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 유시민 작가가 자신의 부인인 설난영 씨의 학력을 비하한 것을 연일 언급하고 있다.
◇ 지지율 큰 변화 없겠지만 중도층 표심이 관건
양당이 서로에 대한 비방과 고발로 대선판을 혼탁하게 만든 가운데 득표율 전망은 엇갈린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네거티브는 중도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재명 후보 우위 구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라며 “다만 여성·학력 비하는 유권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로저스 회장과 리박스쿨에 대해 대중이 잘 알지 못한다”며 “이재명 후보 본인의 사법 리스크, 형수 욕설 등이 핵심 이슈로 남아있다. 이 후보 아들의 음담패설·상습도박 논란,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 여사 학력 비하 논란은 네거티브 효과가 상쇄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지율 격차가 축소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네거티브전에 소극적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직접 나서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쫓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 중도층 이탈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 측이 리박스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최근 유동적으로 변한 중도층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오히려 19대 대선 때 있었던 드루킹(민주당 당원 등이 주도한 여론조작)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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