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대규모 공공조달 중국 참여 금지 조치
연간 600억 유로 규모 시장
국내 의료기기 기업에 활로 기대
EU가 중국 의료기기 기업의 공공조달 참여를 제한하면서, 연간 600억 유로 규모의 시장이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조치는 EU의 국제조달규정(IPI)에 따른 첫 실행 사례로, 중국의 차별적 무역 관행에 대한 대응 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EU의 제재 조치와 중국의 반발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500만 유로(약 79억 원) 이상의 의료기기 공공조달에서 중국 기업의 입찰 참여를 전면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22년 8월 발효된 국제조달규정(IPI) 이후 첫 제재 사례다. 제재의 핵심 내용을 보면, 500만 유로 이상 계약에서 중국 기업의 참여가 전면 금지되며, 낙찰 기업의 중국산 구성품 비율도 50% 미만으로 제한된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중국의 차별적 무역 관행이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 사이 중국 의료기기 업체의 대EU 수출은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자국 내 공공조달 과정에서 유럽 기업들을 배제하는 심각한 차별을 행해왔다. 특히 중국 전체 의료기기 공공조달의 87%가 유럽 기업을 차별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시종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과 시장 경제 원칙·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수호를 견지해왔다”며, EU의 결정이 보호주의적 성격을 띤다고 비판했다.
또한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다가오는 EU-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EU는 내달 24~25일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완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번 제재가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 의료기기 기업들에게는 유럽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되었다. 유럽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1,500억 유로이며, 이 중 70%인 1,050억 유로가 공공조달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 기업들은 치과용 기자재, 초음파 장비, AI 의료기기와 같은 CE인증 획득 정밀의료기기, 진단키트, 의료 소모품 등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유럽 주요 5개국에 대한 국내 의료기기 수출액은 1억8,725만 달러를 기록했다.
EU의 중국산 의료기기 제재 조치는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의료기기 업계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EU-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료기기업협회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국내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파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