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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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시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곳은 어디인가?

베이비뉴스 2025-06-25 13:35:00 신고

공동육아의 정신은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원장, 교사, 학부모가 직접 최근 보육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공동육아의 시선'이라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이 기획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과 함께합니다. -편집자 주

◇ 혐오의 시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곳은 어디인가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 좀 놀겠습니다. 최대한 조용하게 빨리 끝내겠습니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시작하기 전에 큰소리로 사과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마음이 씁쓸했다. 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가 시끄럽게 놀 권리가 없어서 이렇게 사과를 했으니 앞으로 내 앞에서 시끄럽게 하는 다른 아이들한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어른으로 자라나지 않을까? 온전히 배려받지 못하고 큰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퇴보하게 될까? 이런 걸 생각하면 아이들이 사라지는 미래도 두렵지만 그 웃음소리마저 더 큰 소음이 될지 모를 미래가 더 두렵게 느껴진다.

비단 초등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유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또한 따가울 때가 많다. “조용히 있어라, 얌전하게 있어라.”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이다. 혹여 아이들이 실수라도 할까 봐, 흠이라도 잡힐까 봐 부모들은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떨치기가 힘들다. 아이들은 세상이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게 많은 존재들이다. 때로는 시끄럽게 고집을 피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세상과 관계 맺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존재들이다. 이 아이들의 본성을 그대로 용인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아이들은 마음껏 놀고 마음껏 상상하며 세상을 배워갈 것이고 그것이 또 우리 사회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새 정부 들어 점점 유보통합 정책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사랑하는 사회, 아이에게 관대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근본적인 철학이 정책의 바탕이 되길 희망한다. 돌봄 시간 확대, 아동 수당 인상, 좋은 교육 정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환영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국가가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이 사회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부모가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말하는 그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우리나라처럼 각박하게 아이들을 대하는 사회는 없다. 진정 선진국을 눈앞에 둔 지금, 당면한 이 중요한 문제를 모두가 인지하고 심각하게 논의하는 장이 열리길 희망한다.

싱글벙글어린이집 아이들이 산에 나들이 간 모습.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싱글벙글어린이집 아이들이 산에 나들이 간 모습.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산에서 나뭇잎놀이 중인 아이들.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산에서 나뭇잎놀이 중인 아이들.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 AI 시대, 영유아 교육의 지향점을 고민하다

'4세 고시', '7세 고시'가 유행처럼 번지는 지금, 영유아 교육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고민도 절실하다. 인공지능의 특이점이 곧 다가온다고 하는 이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온통 주입식 기능향상 교육에 내몰리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빨리 수학을 풀고, 순식간에 엄청난 자료를 정리해서 제시해주는 시대에 ‘왜 배워야 하는지? 무엇이 궁금해서 배우고 싶은지?’ 이러한 고민없이 시키는 대로 입력하는 지식 위주 교육이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가?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고등교육은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학원에서 제시해 주는 정리된 자료를 가지고 문제풀이를 위한 반복 학습을 위해 너무 오랜 시간 힘쓰다 보니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이 궁금한지 알지 못한다. 작은 호기심 하나로 학교 과제를 만들어내는 것조차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 아주 버거워한다. 한마디로 좋은 질문을 할 능력이 거의 없다.

미래를 살아갈 영유아들을 위한 교육은 정확하게 이러한 고등교육과 정반대 방향을 향해야 한다. 아이들은 온몸으로 세상에 부딪혀 탐구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마음껏 뛰어놀아야 한다. 놀이야말로 영유아가 할 수 있는 최상의 탐구과정이다.

아이가 5살 때 종종 기관에 가기 싫다고 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거기 가면 체육도 하고, 음악도 하고, 코딩도 하고 계속 재밌는 거 하는데 왜 가기 싫어?” 그랬더니 “친구들이랑 놀 시간이 없어”라고 답을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놀이’는 아이에게는 ‘놀이’가 아니라 그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수업’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 그것이 현 기관들의 최선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교육,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탐구하고 친구들이랑 부딪혀도 보고 싸워도 보고 화해도 해보면서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깨달아가는 그런 교육이다. 어렸을 때 좋은 놀이터는 없었지만 마음껏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면서 느꼈던 것들, 땅도 파고 흙도 만지고 소꿉놀이를 하면서 생긴 감성, 친구들과 부딪혀 놀다 싸우고 화해하며 배웠던 인간관계 그런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 기관들 상당수가 부모들의 선호에 따라 더 일찍 한글을 시키고, 더 일찍 수학을 시키고, 영어를 시키고, 친구들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이런 지식 위주의 영유아 교육을 한다. 이러한 현실을 이제는 정말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실행되고 있는 표준보육과정의 목표는 ‘자유 놀이를 통해 아이의 사고력을 총체적으로 기르는 것’에 있다고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많은 보육 인원으로 인해 제대로 실행이 어려웠다면 교사 대 아이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세밀한 계획을 세워 영유아 교육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적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 미래를 위한 교육이 가능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이음교육도 예비 초등을 위한 인지 사교육의 공교육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크다. 만 5세가 초등을 위한 이음 단계의 교육이 아닌 그 나이에 경험하고 배워나갈 것들을 올곧이 배우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세상을 탐구하고 질문하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아이 스스로 느끼도록 해주는 것, 세상에 적극적으로 부딪혀 스스로의 조절 능력을 키우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능동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는 것이 그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이음교육 법제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것이 자칫 ‘우리도 이만큼 공부시킨다, 우리도 이만큼 아이들을 훈련시킨다’는 쉬운 방향으로 추진되는 일이 없도록 다각도의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영유아 교육정책이 우리 아이들을 또 다른 경쟁으로 내몰지 않도록, 시대를 앞서서 내다보는 정책이 되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소리가 희망의 메아리가 되는 사회,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말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희망과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글은 공동육아 싱글벙글어린이집 학부모 박윤정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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