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CA(브라카)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고 합니다.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을 미리 절제하는 게 맞을까요?”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다. 유방암과 난소암, 그리고 일부 췌장암·전립선암 등과도 관련 있는 BRCA 유전자. 이름만 들어도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이 유전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BRCA는 ‘Breast Cancer susceptibility gene(유방암 취약 유전자)’의 줄임말로, BRCA1과 BRCA2 두 가지가 있다.
BRCA 유전자, 원래 기능은 암 막아주는 '방어군'
두 유전자의 원래 기능은 세포 DNA 손상이 일어났을 때 이를 복구하는 수리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즉, 암을 막아주는 ‘방어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손상된 DNA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세포가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변이 BRCA는 ‘암 유전자’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암 억제 유전자’가 손상된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1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1과 13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BRCA2는 기능이 다르고, 관련 암의 양상도 차이가 있다. BRCA1은 세포 주기 조절에도 관여하며 삼중음성유방암(호르몬 수용체와 HER2가 모두 음성인 공격적인 형태)과 연관이 많다.
반면 BRCA2는 DNA 수리 기능을 주로 하며,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과 더 관련이 깊고, 전립선암이나 췌장암과의 연관성도 명확히 밝혀지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다. 일반 여성의 유방암 평생 발병 확률은 약 12%지만, BRCA1 변이를 가진 여성은 최대 72%, BRCA2 변이는 69%까지 위험이 증가한다.
난소암 발병 확률은 일반 여성은 12% 수준이지만, BRCA1 변이시 약 39~44%, BRCA2 변이시 약 11~17%로 높은 편이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은 전립선암과 드물지만 남성 유방암, 췌장암의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적 절제술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
그렇다면 BRCA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을 미리 절제하는 것이 정답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예방적 유방 절제술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절차는 아니다.
졸리는 어머니와 이모가 모두 난소암으로 사망했고, 본인의 BRCA1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 뒤 예방적 절제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가족력, 나이, 임신 계획, 정서적 수용력, 의료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다.
최근에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PARP(파프) 억제제다. 암세포는 DNA 복구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살아남으려고 PARP라는 또 다른 복구 단백질을 이용하는데, 이를 억제하면 암세포는 복구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스스로 죽는다.
올라파립(상품명 린파자), 탈라조파립(상품명 탈제나) 같은 PARP 억제제는 국내에서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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