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파킨슨병은 일찍 발견할수록 환자에게 더 유리하다. 그런데 최근 귀지 속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이 이 신경 퇴행성 질환의 화학적 신호를 담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저장대학(Zhejiang University)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애널리틱 컬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에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파킨슨병이 피지(sebum) 변화를 통해 미묘하게 체취를 변화시킨다는 이전 연구 결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지는 우리 머리카락과 피부에 자연적으로 수분을 공급하는 유성 물질이다. 하지만 피부 표면의 피지는 공기와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임상 테스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보호된 환경인 귀지에서 단서를 찾기로 했다.
연구팀은 발표된 논문에서 "파킨슨병 치료에는 조기 진단과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외이도 분비물(귀지)의 VOCs를 분석하는 진단 모델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VOCs가 뇌의 염증, 세포 스트레스, 신경 퇴행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고 여긴 연구팀은 적절한 테스트를 통해 파킨슨병의 미묘한 신호가 귀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 귀지 속 숨겨진 파킨슨병 신호
연구팀은 209명의 참가자로부터 외이도 면봉 샘플을 채취했다. 이 중 108명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였다. 파킨슨병 환자와 비환자 간 귀지 구성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에틸벤젠(ethylbenzene) ▲4-에틸톨루엔(4-ethyltoluene) ▲펜타날(pentanal) ▲2-펜타데실-1, 3-다이옥솔란(2-pentadecyl-1,3-dioxolane)이라는 네 가지 VOCs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VOCs는 미래에 파킨슨병을 식별하는 데 잠재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테스트가 개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 오랜 기간 동안 동일한 분석이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팀은 동일한 VOC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공지능(AI) 데이터셋을 훈련시켜 인공지능 후각 시스템(AIO)이라는 도구를 개발했다. AIO는 연구 참가자 중 파킨슨병 환자를 식별하는 데 94.4%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이는 유망한 시작이지만, 아직은 소규모 샘플에 대한 결과다.
◆ 조기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연구팀은 "AIO 기반 분석 시스템은 침대 옆 의료 진단 장치로 활용될 잠재력을 강조하며, 파킨슨병 환자의 더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파킨슨병 진단 방법은 임상 평가와 뇌 스캔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는 간단한 귀지 면봉 검사로 진단 과정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그리고 파킨슨병을 더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 가능성이 있다.
또 이번 발견은 파킨슨병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멈출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확인된 VOC 변화는 화학적 지문처럼 사용되어, 질병 때문에 발생하거나 혹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른 변화들을 식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더 큰 실제 적용 가치를 가지는지 판단하기 위해 질병의 여러 단계, 여러 연구 센터, 여러 민족 그룹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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