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장사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 “더위 먹지 않게 조심해”라는 말이 단골 안부 인사가 될 만큼 폭염이 기승이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도 각종 약재를 달인 한약과 건강한 습관으로 더위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한의학에선 더위를 먹은 듯한 증상을 일사병, 열사병이 아닌 신체의 자율신경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발생하는 자율신경실조증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며 내분비계, 심혈관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 등에 영향을 미친다. 즉 체온, 소화, 심장박동, 혈압, 땀 분비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조절해 이 균형이 무너지면 체온조절이 어렵고 식욕 저하, 수면장애, 어지러움 등 소위 우리가 더위 먹었다고 말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한의학에선 여름철 건강관리의 초점을 무너진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둔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항상성 회복을 돕는 한약 등을 처방한다”며 “여름철에는 대표적으로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달여 만든 생맥산을 자주 처방한다”고 말했다.
생맥산은 심장의 열을 내리고 폐를 윤택하게 해 기운을 북돋고 갈증을 해소한다. 더위를 몰아내고 기를 북돋는 청서익기탕과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멎게 하는 제호탕도 자주 처방된다. 갈증을 멈추고 소화를 도와 식욕을 증진시키는 오매(매실)와 설사와 복통을 멎게 하는 쑥(애엽),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익모초도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 개선도 필수. 특히 찬 음료나 음식을 과다섭취해선 안 되며 냉방이 세게 가동되는 실내에 장시간 머물지 않는다.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목과 겨드랑이, 얼굴을 틈틈이 닦아 몸의 열을 내리는 것도 방법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마시는 커피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커피는 언제, 어떤 상태에서, 얼마나 마시는가에 따라 에너지 흐름을 보완할 수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아침 10시 이전의 커피는 상승하는 자연 에너지 흐름과 조화를 이뤄 집중력 향상과 신체 순환을 돕는다”며 “단 공복상태에서의 커피는 오히려 고갈된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끌어쓰게 만들어 피로와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카페인은 일반적으로 체내 반감기가 6시간 정도로 경우에 따라 최대 12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늦은 오후 마신 커피 한잔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재동 교수는 “생체리듬을 고려해 마시는 커피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무분별한 섭취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특히 커피는 이뇨작용을 일으켜 수분 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