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타격감이 떨어져 기습번트까지 고민했지만, '과감하게 해보자'며 마음을 다잡고 타석에 들어서 결승 홈런을 쏘아올렸다.
한화는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양 팀 에이스가 '명품 투수전'을 이어가면서 8회까지 1-1의 균형이 이어졌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손꼽히는 한화의 코디 폰세는 7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5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20승 투수' 출신인 알칸타라도 7⅓이닝 7피안타 7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자존심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9회 노시환의 벼락같은 한 방이 한화를 승리로 이끌었다.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노시환은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키움 우완 투수 조영건의 시속 145㎞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2-1로 앞선 한화는 9회말 등판한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1이닝을 삼자범퇴로 끝내면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마친 뒤 노시환은 "폰세가 너무 잘 던져서 어떻게든 이 경기를 승리하고 싶었다. 8회말 수비를 마친 뒤 선배님들이 '연장가지 말고 꼭 이기자'고 했다"며 "힘든 경기를 잡으면 분위기가 올라가는데 내가 홈런을 치고 이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노시환의 성적은 다소 기대를 밑돈다. 82경기에서 타율 0.228, 16홈런 55타점에 OPS(출루율+장타율) 0.743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타격감이 더욱 떨어진 모습이었다. 지난달 22일 키움전부터 3일 NC 다이노스전까지 10경기에서 타율이 0.179(39타수 7안타)에 불과했다.
부진이 계속되자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날 경기 전까지 81경기 중 78경기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노시환의 타순을 6번으로 조정했다.
김 감독은 "타선에 한 번 변화를 줬다. 노시환이 조금 더 편하게 쳤으면 한다"고 전했다.
세 번째 타석까지 타순 변경의 효과는 없어보였다. 2회초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났고, 4회초 1사 1루 상황에서는 삼진으로 돌아섰다. 6회초에도 포수 파울 플라이에 그쳤다.
하지만 9회 결정적인 한 방을 쏘아올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023시즌 31홈런을 날려 홈런왕에 오르기도 한 노시환은 리그 정상급 거포지만, 9회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는 기습번트까지 고민했다. 최근의 부진 탓이다.
노시환은 "9회초 선두타자가 (채)은성 선배님이었다. 살아나가면 사인이 나오지 않아도 기습적으로 번트를 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고, 팀이 어떻게든 한 점이 필요 한 상황이라 번트를 댈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채은성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난 뒤에는 마음을 바꿨다.
노시환은 "채은성 선배님이 범타로 아웃됐고, 남은 것은 큰 것 한 방 밖에 없었다"며 "삼진을 먹더라도 과감하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홈런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4번이라는 자리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보니 조금 무게감이 느껴지고 부담감이 생기더라"며 "오늘 6번으로 나가면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타격 부진에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다. 홈런은 간간히 때려냈지만, 타율이 워낙 낮았다.
노시환은 "타율이 너무 저조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최근 타격 부진이 이어지면서 안해본 것이 없다. 그런데 안될 때는 뭘 해도 안되더라"며 "연습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좋았을 때 느낌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됐다는 것이 노시환의 말이다. 노시환은 "부진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니 결과가 안나오고, 결과가 안나오니 타격 폼에서 문제를 찾게 된다. 그러면서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선배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는 노시환은 "선배들이 옛날 생각에 젖어있지 말라고 하더라. '과거의 너와 현재의 너는 다르다'고 하셨다"며 "예전에 좋았던 것을 따라가려고 하면 오히려 더 안된다고,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한다고 하셨다. 최근에 내 것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타율은 낮지만 이날 16호 홈런을 날린 노시환은 홈런 부문 4위다. 토종 타자 중에서는 가장 많은 홈런을 쳤다.
노시환은 "시즌 시작할 때 홈런왕이 목표였는데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 때문에 포기했다"고 농담한 후 "3할 타율을 노린 것은 아니지만, 너무 저조하니 신경이 쓰인다. 감독님이 타율 2할6푼 정도에 30홈런을 치라고 하셨는데 타율이 0.22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타율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지만, 이제 타석 수가 많아 타율을 많이 올리기도 쉽지 않다. 홈런 30개를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