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KOREAN ARTISTRY
전 세계에 코리안 파워를 전파하고 있는 K-뷰티 아티스트. 그들이 전하는 한국적 아름다움과 글로벌 신에서 직접 체감한 영향력에 대하여.
Hair Stylist, Jenny Cho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셀러브리티 전담 헤어 스타일리스트 제니 조. 1994년 비달 사순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제니퍼 로렌스, 스칼렛 요한슨, 샤를리즈 테론,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인연을 이어왔다. 2022년에는 할리우드 뷰티 어워드(The Hollywood Beauty Awards, HBA)에서 헤어 스타일링 부문 위너에 뽑히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그가 받는 깊은 신뢰를 입증했다.
하퍼스 바자 정말 많은 유명인사와 작업을 해왔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셀러브리티와 함께한 건 아니었을 텐데요.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제니 조 비달 사순에서 일하던 시절이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애슐리 심슨의 투어에 동행할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고 두 달 동안 미국 전역을 함께 돌았죠. 그 경험을 통해 한 명의 크리에이터 파트너로서 아티스트를 어떻게 서포트할 수 있는지 배웠어요. 당시 함께했던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했고 이후 많은 셀러브리티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죠.
하퍼스 바자 아티스트와의 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을 꼽는다면요?
제니 조 제니퍼 로렌스와 함께한 첫 번째 디올 광고 캠페인. ‘정말 이게 현실이 맞나?’싶을 만큼 꿈같았죠. 캠페인 규모, 예술적인 완성도, 그리고 제니퍼까지 모든 요소가 특별했어요. 예전부터 묵묵하게 제 존재를 증명해내려 애썼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단순히 헤어를 스타일링하는 작업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스토리를 함께 만들고 후대에 남을 유산에 기여하는 과정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아요.
하퍼스 바자 할리우드에서 너무나 유명한 헤어 스타일리스트인 데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 이름이 낯설어요.
제니 조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한국 언론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없어요. 요즘 한국 아티스트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저처럼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동의해요. 한국 드라마, 음악, 뷰티, 패션까지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죠. 현장에서도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나요?
제니 조 물론이죠. 처음 패션 업계에 들어왔을 땐 한국인은커녕 아시안 헤어 스타일리스트조차 전무했어요. 그래서 제 관점이나 스타일이 이곳에서 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에서도 한국 문화와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미학, 감각, 문화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존중이 생겼다는 것을 느껴요. 제가 가진 섬세함이나 디테일을 보는 시선이 이전보다 높게 평가받고, ‘한국적인 것’이 강점이 되고 있죠.
하퍼스 바자 2022년 SAG 어워드에서 정호연에게 스타일링한 댕기 머리가 대표적이죠.
제니 조 그건 저에게도 특별했어요. 우리의 뿌리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인종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공감했어요. 이후로도 K-팝, 매거진, 오래된 사진집 등에서 한국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요.
하퍼스 바자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아낸 또 다른 작업이 있나요?
제니 조 〈Novo〉 매거진에서 산드라 오와 함께 한 ‘Seoul Sister’ 화보요. 전통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콘셉트였고, 한복 디자이너 김미희, 산드라와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완성했죠. 뿌리부터 볼륨을 살려 가채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꽃 장식을 더했어요. 에미상 시상식에서 호연에게 한국의 전통 장식인 첩지를 활용해 단발 헤어를 연출했던 작업도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지난해 SAG 어워드에서 그레타 리와 함께한 스타일링도 인상 깊었어요. 한국인이 가진 찰랑이는 검은 생머리를 부각시키되 세련되게 연출하려고 했어요. 클래식한 비달 사순 보브 컷이 제격이었죠. 전통과 현대성, 아시아 여성의 정체성을 모두 고려한 작업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당신이 한국에 뿌리를 둔 사람이기에 가능한 작업들이네요. 반대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니 조 아시안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조용히 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너무 눈에 띄면 안 된다’는 식의 태도가 제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촬영 현장에서 누군가가 대놓고 “당신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요”라고 말한 건 아니었지만, 확실한 결과물이 없으면 나서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말 대신 실력으로 보여주자’고 다짐하며 어떤 현장이든 묵묵히 최선을 다했어요. 그 태도는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침묵하게 했죠. 사람들이 저를 어시스턴트로 착각했던 순간에도 오해를 정정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제는 겸손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요.
하퍼스 바자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제니 조 목소리가 크지 않더라도 결과물이 저를 대변할 수 있도록 언제나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로 임했어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한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에게 제가 누구인지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채 작업을 시작한 적이 있어요. 저를 바라보는 미묘한 불신이 공간에 흘렀죠. 하지만 휘둘리지 않고 작업에 집중했어요. 결국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모두가 제 존재를 인정했어요.
하퍼스 바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최고의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되었어요. 2022년에는 할리우드 뷰티 어워드의 헤어 스타일링 부분에서 상도 받았고요.
제니 조 단순한 커리어의 이정표를 넘어, 저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수년간 무대 뒤에서 묵묵히 일에 집중해왔는데 그 노력을 동료들과 업계에서 인정했다는 거니까요.
하퍼스 바자 당신처럼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제니 조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작은 행운과 우연한 타이밍이 맞물리는 순간이 인생을 바꿔놓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세요. 모든 사람의 여정과 속도는 각각 다르니까요. 그보다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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