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KOREAN ARTISTRY
전 세계에 코리안 파워를 전파하고 있는 K-뷰티 아티스트. 그들이 전하는 한국적 아름다움과 글로벌 신에서 직접 체감한 영향력에 대하여.
MAKEUP ARTIST, Nina Park
메이크업 아티스트 니나 박은 헤일리 비버, 릴리 로즈 뎁, 마고 로비, 조 크라비츠, 마거릿 퀄리 등 지금 가장 주목받는 셀러브리티의 메이크업을 담당한다. 아카데미 시상식, 메트 갈라, 칸 영화제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그의 손길이 빛을 발한다. 시그너처 룩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강하고 내추럴한 메이크업. 패션 매거진 화보, 브랜드 캠페인, 광고 등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다.
하퍼스 바자 질문지를 작성하기 위해 당신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찾기 어렵더라고요. 〈바자〉의 제안도 처음엔 거절했죠.
니나 박 작업으로 말하는 걸 더 선호해요. 인터뷰를 하면 사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드러내고 싶지 않고요. 오랜 시간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지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죠. 그럼에도 이번 제안을 수락한 건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기획이었기 때문이에요.
하퍼스 바자 처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었던 얘기부터 해보죠.
니나 박 미술을 전공했고 당연히 그와 관련한 직업을 갖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졸업 후 우연히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메이크업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를 계기로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고 있고요.
하퍼스 바자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니나 박 한국은 늘 제 마음속에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자랑스럽죠.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꾸준히 했어요. 특히 요즘은 서울과 글로벌 패션 산업의 연결이 더 견고해지면서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고 느껴요.
하퍼스 바자 그동안의 작업을 보면 내추럴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지만 한때는 컨투어링이나 강한 메이크업이 트렌드였죠.
니나 박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제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초반에는 ‘내추럴 메이크업’이라는 말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죠. 대충 하는 메이크업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제가 말하는 내추럴 메이크업은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정교하게 연출하는 거예요.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도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해요.
하퍼스 바자 헤일리 비버, 릴리 로즈 뎁, 조 크라비츠의 얼굴에서 당신의 내추럴 메이크업을 엿볼 수 있어요. 지금은 익숙하겠지만 처음 셀러브리티를 담당했을 땐 굉장히 설레었을 것 같아요.
니나 박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기회가 닿는 대로 경험을 쌓고 있던 때였어요. 작은 촬영에서 함께 일했던 홍보 담당자가 당시 신인이었던 브리 라슨에게 저를 추천했죠. 제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어요. 그 만남을 시작으로 레드 카펫, 매거진 커버, 광고 촬영 등 다양한 협업을 했어요. 그 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 기회가 올지 모르니 늘 준비된 자세로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하퍼스 바자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이죠?
니나 박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캐리 멀리건과 시상식에 참석한 거요. 그렇게 큰 무대에 함께한 건 처음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웠어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네일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캐리의 강인함과 깊은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룩을 만들었죠. 그가 레드 카펫 위에 섰을 땐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하퍼스 바자 얘기만 들어도 짜릿하네요. 하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니나 박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두 배로 노력해야 한다고 느낀 적이 많았어요. 저와 닮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더 심했고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제 실력을 의심하는 시선을 보낸다는 걸 느낄 때도 있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을 시작했을 무렵, 어떤 아티스트가 제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사실에 놀란 일이 있어요. 그때 인종으로 인한 선입견의 무게를 실감했어요. 그 이후로 ‘아시안’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니라 ‘뛰어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하퍼스 바자 뛰어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니나 박 메이크업 실력을 키우는 거죠. 매일 늦게까지 남아 연습했고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또 남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려고 했어요. 업계에 인맥이 없었기 때문에 SNS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꾸준히 작업물을 올리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를 알렸죠.
하퍼스 바자 SNS에 올린 작업물을 보고 정호연이나 블랙핑크 제니 등 한국 아티스트에게도 연락이 왔나요? 그들과는 어떻게 작업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니나 박 업계에서 쌓은 인연과 신뢰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결됐어요. 제가 한국계 미국인라는 점도 도움이 됐고요.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어딘가 통하는 느낌이 있거든요. 〈오징어 게임〉 시즌 1을 본 뒤 정호연에게 푹 빠졌고 꼭 한번 함께해보고 싶다고 에이전시 매니저에게 말했지만 그땐 별 다른 진전이 없었죠. 그러다 뉴욕에서 함께 일했던 스타일리스트 윤애리에게 소개받게 됐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호연이 해외에서 스케줄을 소화할 때 스타일리스트 윤애리, 헤어 아티스트 제니 조, 그리고 저까지 팀이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된다는 점이에요. 미국에서는 스태프가 전부 한국인인 경우는 흔치 않아요. 마치 ‘슈퍼 코리안 걸 스쿼드’ 같죠.
하퍼스 바자 놀랍게도 제니 조와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슈퍼 코리안 걸 스쿼드’가 모이면 한국어로 대화하나요?
니나 박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해요. 더 친근하고 편안하죠. 한국어 실력이 미흡한데 그 속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늘더라고요. 뿌리와 다시 연결되는 느낌이죠.
하퍼스 바자 정호연처럼 해외에 진출하는 스타들을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이 느껴져요. 한국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작업할 때 책임감도 클 것 같아요.
니나 박 확실히 예전보다 더 크게 느껴요. 단순히 취향을 반영하는 걸 넘어서 한국적인 미와 감각을 어떻게 표현할지까지 고민하거든요. 메이크업의 디테일, 전달하고자 하는 무드, 전체적인 균형까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죠.
하퍼스 바자 맞아요. 이제는 한국 여성이 쓰는 화장품, 스킨케어 루틴, 메이크업 트렌드까지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잖아요.
니나 박 제가 SNS에 올린 작업 사진이나 영상에 “역시 한국인이구나” 같은 댓글이 달릴 때가 있어요.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크다고 생각해요. 피부 표현, 마무리감, 섬세한 디테일만으로 K-뷰티를 알아볼 만큼, 이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전 세계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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