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1억7천만 년 전 쥐라기 시대 바다에서 한 물고기가 먹이를 삼키던 중 질식해 죽는 모습이 화석으로 발견됐다. 이 화석은 고대 생태계에서 먹고 먹히는 치열한 경쟁과, 생물의 죽음이 어떻게 화석으로 보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025년 7월호에 게재됐다.
독일 슈타텐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 출토된 약 60cm 길이의 조기어(rayed fish) 화석을 분석했다. 이 물고기의 목 부근에는 두족류 벨렘나이트(belemnite)가 먹히는 자세로 함께 보존돼 있었다. 입 주변과 먹이의 자세, 뼈와 연조직 보존 상태 모두 ‘먹는 도중 질식사’했음을 뒷받침한다.
◆ 1억7천만 년 전 포식 중 질식한 쥐라기 물고기 화석
벨렘나이트는 현재 오징어나 갑오징어와 가까운 고대 두족류로, 내부에 단단한 석회질 발광기관과 날카로운 부리를 지닌 생물이다. 연구팀은 벨렘나이트가 포식자의 인두나 기도에 박혀 기도 폐색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호흡곤란으로 죽음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벨렘나이트가 거의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어 포식 직후 즉각 사망했음을 시사한다.
논문 제1저자인 마르쿠스 바흐마이어(Markus Bachmeier) 독일 슈타텐 자연사박물관 박사는 “이번 화석은 고대 생물이 실제로 어떻게 먹고 죽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장면”이라며 “화석이 단순한 유골을 넘어 생물의 생태와 행동을 복원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 저산소 환경이 만든 생생한 ‘급사 순간’ 보존
이번 화석은 고생물학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죽은 생물은 부패, 포식, 물리적 침식 등으로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퇴적 속도가 빠르고 산소가 부족한 저산소 환경으로, 급사한 생물의 모습을 거의 변형 없이 보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죽은 생물체가 부패하지 않고 빠르게 퇴적물에 묻히면서 ‘순간의 시간’을 포착한 듯한 화석이 탄생했다. 이런 화석은 당시 생태계의 역동적인 모습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먹이 사슬의 중요한 포식자가 먹이를 삼키다 질식으로 죽는 모습은 매우 드문 사례로, 당시 생존 경쟁의 극단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사례가 고대 포식자와 먹이 사이의 극심한 생존 경쟁을 보여주는 동시에, 화석이라는 기록의 우연성과 희소성을 다시 확인시켜준다고 설명했다. 당시 쥐라기 바다는 단순히 평화로운 환경이 아닌 치명적인 포식과 실패가 맞물린 ‘먹고 먹히는 세계’였다.
이번 연구는 화석이 단순히 고대 생물의 잔해가 아니라, 그들의 생활과 생태를 생생하게 기록하는 중요한 ‘시간의 창’임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러한 발견은 고대 바다 생태계 연구뿐 아니라, 현재 해양 생태계 진화와 변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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