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 흔하게 발병하는 방광암
상대적으로 놓치기 쉬운 여성 비뇨기계 암
화장실 갈 때마다 옆구리가 찌릿하고, 소변을 보는 게 고통스러웠던 A씨(67)는 그저 방광염이려니 여겼다. 항생제를 몇 차례 먹고 나아지기를 기다렸지만, 증상은 계속됐다.
1년 반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찾은 그는 ‘방광암 3기’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이미 암이 방광 근육을 넘어 지방층까지 퍼져 있었고, 결국 방광을 적출해야 했다.
비뇨기계 암 증상 폐경과 비슷…대표적 경고 신호는 ‘무통성 혈뇨’
여성 비뇨기계 암의 사각지대가 드러나는 사례다. 많은 여성들이 이런 증상을 단순한 방광염이나 폐경기 불편함 정도로 오해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50대 B씨 역시 1년 가까이 혈뇨를 방치했다가 방광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여자들은 그럴 수 있다”는 주변의 말만 믿고 정밀 검사를 미뤘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털어놨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방광암은 남성에게서 발생률 10위를 차지할 만큼 흔하지만, 여성 환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2021년 국내 신규 방광암 환자는 5천169명으로, 10년 전보다 45%나 늘었다. 특히 60대 이상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방광암의 대표적 신호는 ‘무통성 혈뇨’다. 통증 없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혈뇨도 있을 수 있다.
환자의 85%가 혈뇨 증상을 경험하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아, 뒤늦게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면 생존율은 11%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85% 이상으로 크게 올라간다.
방광암을 예방하기 위해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금연하기 △화학물질 노출 시 안전수칙 준수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균형 잡힌 식단 유지 △하루 2리터 정도 수분 섭취 △40대 이상 정기적인 소변검사 등을 권고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여성들이 증상을 가볍게 여기고 진료를 미루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용현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정기검진에서 소변검사만 잘 챙겨도 보이지 않는 극소량의 혈뇨를 발견할 수 있다”며 “비뇨의학과는 남자만 가는 곳이 아니다. 여성도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광암은 조기 발견만이 생존을 좌우한다. 몸이 보내는 미묘한 신호를 무심히 넘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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