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소설가 김애란이 8년 만에 새로운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를 발표했다. 『바깥은 여름』 이후 장편과 산문집을 통해 꾸준히 독자와 만났던 그는, 다시금 단편 소설로 돌아와 시대와 사회, 인간과 공간을 통찰하는 이야기를 펼친다.
이번 소설집에는 2022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홈 파티」, 같은 해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인 「좋은 이웃」을 비롯해 총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김애란은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번 작품집을 두고 “존재론적 단계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예리한 재현 역량이 ‘경제적 인간’의 내면을 탐사하는 표현 역량의 빛나는 지원을 받는다”고 평했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공간’을 핵심 주제로 삼는다. 초대와 방문, 침입과 도주로 시작되는 일상 속 사건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감정을 끌어올린다. 인물들이 머무는 장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경제적 지표이자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거울로 작용하며, 이질감과 충돌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의 진폭을 드러낸다.
「홈 파티」 속 인물은 중산층의 집을 방문하며 자신과의 거리감을 체감하고, 「숲속 작은 집」에서는 저렴한 외국 숙소에 머무르며 계급적 위화감을 느낀다. 「좋은 이웃」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인해 내쫓기듯 이사해야 하는 인물이 부동산을 둘러싼 사회적 냉소를 경험한다. 그 외에도 정체성의 혼란, 관계의 변화, 이해와 오해의 간극을 섬세하게 조명하며 각기 다른 세대와 계층의 삶을 비춘다.
이번 소설집의 백미는 무언가를 잃은 인물들이 소소한 위로와 공감의 조각을 통해 다시 세계와 접속하는 방식에 있다.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한 이해, 상대를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서로를 향해 걸어가는 마음. 『안녕이라 그랬어』는 그러한 고요하고 단단한 감정의 여백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뒤늦은 깨달음의 형태로 다가온다”고 말하는 김애란. 그의 이번 소설집은 우리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 ‘안녕’과, 이제야 건네는 ‘잘 가’와 ‘잘 있어’ 사이에 있는 이야기다. 작별과 시작, 포기와 감내, 그리고 여전히 살아야 할 이유를 조용히 묻는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인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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