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행동이나 취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태아 시절부터 뇌가 특정 호르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따라 형성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오카야마대학교 연구진이 동물 실험을 통해 밝혀낸 이 결과는 인간의 행동과 생물학적 지표 간의 연관성에도 시사점을 준다.
검지 대비 약지 길이
연구팀은 학술지 《Experimental Animals》에 발표한 논문에서, 손가락 길이 비율로 알려진 '2D:4D 비율(검지 대비 약지 길이)'이 성적 행동을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첫 만남에서 교미를 마친 수컷 쥐는 사정을 하지 않은 개체보다 검지에 해당하는 두 번째 발가락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교미 행동에서 더 적극적이었으며, 발기 유지력이나 사정 속도에서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사카모토 히로타카 교수는 “2D:4D 비율이 쥐의 성 행동뿐만 아니라 성적 선호를 예측하는 지표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후속 실험에서는 수컷 쥐들을 각각 암컷과 수컷의 냄새가 배어 있는 침구가 놓인 공간에 풀어놓고 관찰했다. 그 결과, 검지 길이가 짧은 수컷 쥐들은 암컷의 냄새가 나는 침구에서 더 오래 머물며 관심을 보였다.
인간에게도 적용, 다양한 성향에 영향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손가락 비율 개념이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2D:4D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손가락을 보면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비율이 낮은 것이고, 길이가 같거나 검지가 더 길면 비율이 높다고 본다. 과학계는 이 차이가 자궁 내에서의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노출량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비율은 성적 성향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 위험 감수 성향, 직업적 선호 등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 비율이 낮은 사람들이 스포츠 능력이 뛰어나거나 이공계 분야에 흥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카모토 교수는 “손가락 비율은 생물학과 행동 사이의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며 “향후 인간의 행동 특성을 더 정밀하게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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