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시관] 이영주 작가 '그날의 거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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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전시관] 이영주 작가 '그날의 거울'展

뉴스컬처 2025-07-12 07:00:00 신고

[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삶에서 쌓이는 인간관계는 필연적이다. 누군가를 자의로 만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원치 않는 관계에 놓일 때도 있다.

살면서 알아가는 새로운 이들은 소통할 경험을 선사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회의적이고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본격적으로 임할 때 이러한 일들은 더욱 빈번해지고 커다란 정신적 소모를 일으킨다.

이영주 '그날의 거울'展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이영주 작가는 관계의 딜레마와 극복의 어려움을 주제로 모든 이가 삶에서 공통으로 접하는 무력감을 표현한다. 달갑지 않은 경험에서 난처함과 고난을 얻었던 기억은 딛고 일어설 의욕조차 무색할 정도로 큰 파장을 가져온다.

작가는 위기에 놓인 채 부담과 무력감에 휩싸인 자아를 작업하면서 가감 없는 솔직한 모습을 구현한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사실적으로 구사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본인에게 가하는 자기혐오의 현상과 감정이 미치는 파급력을 시각화한다.

 화면은 인물의 몸짓이나 표정을 확대하여 조성된다. 주체가 되는 대상이 여백 없이 주요 공간을 전부 차지하도록 하면서 관객은 프레임 속으로 더욱 몰입할 수 있다. 큼지막하게 표현되는 인물은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일루전을 유도한다.

나아가 전신을 전부 노출하기보다 얼굴이나 눈, 상반신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집중적으로 드러내면서 작품이 지니는 서사를 더욱 개성 있게 보여준다. 탁한 눈동자, 갈 곳을 잃은 손가락, 무거운 머리를 몸에 기대고 있는 제스처는 트라우마에 잠식된 감정을 여실하게 담고 있다. 무력감에 빠져 허망해하고 마음의 상처로 인해 의욕을 잃은 인물들은 작가의 자아를 반영한다.

작품은 흐릿한 경계와 소멸해 가는 색채의 특성을 활용하여 회복의 의지를 억지스럽게 꾸며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적 면모를 고루 나타낸다. 관계에 염증을 느끼고 그 염증이 끝내 스스로를 파고들게 하는 자기혐오는 자해를 유발하고 이러한 자해의 결과가 화면에서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동양화의 고전적인 기법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다양하게 교차하는 색감의 다채로움을 입체적으로 작용하게 한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피부의 울긋불긋한 붉은 톤 또는 명암의 대비는 물감을 지속적으로 쌓는 채색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작품 특유의 침잠된 색조는 탁하고 거친 느낌의 채도가 아닌 부드럽고 맑은 수분이 한 겹씩 누적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머리카락의 짙은 색감 또한 옅게 만든 안료를 여러 번 올리면서 빛의 반사된 효과를 촉진한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작품 하나하나를 마주하며 자신의 서사를 투영하게 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감정의 여파가 커질수록 정신은 점점 지배당하고 결국 신체의 모든 것이 잠식되기도 한다. 트라우마는 과거의 기억으로 존재하지만 크고 작은 역할로 꾸준히 작용하면서 기약 없이 삶 속에 함께한다. 심각한 내상은 결코 달갑지 않은 경험으로 남지만, 서서히 무뎌지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하면서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끝내 완전히 잊히지 않는 화상처럼 자리할 것이다. 앞날을 위해서 각자의 아픈 화상을 잘 다스려야 하지만,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진솔한 내면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준다. 사람이기에 아픔을 겪고 상처 입은 순간을 기억하며 회상하는 것 또한 사람의 필연적인 모습임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띠고 있는 인물들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보기를 바라며, 지극히 사적인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공유받는 시간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이영주 작가의 개인전 '그날의 거울'은 7월 16일부터 7월 22일까지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에서 열린다.

사진=갤러리 도스
사진=갤러리 도스
사진=갤러리 도스
사진=갤러리 도스
사진=갤러리 도스
사진=갤러리 도스

글=최서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진=갤러리 도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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