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정위탁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가정위탁'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해 제도 보완점과 개선 방안을 찾아보는 '가정위탁, 또 하나의 집'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위탁가정의 이야기와 제도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고, 위탁아동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모아가고자 합니다. 매주 월요일 가정위탁 제도를 위한 아동, 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선생님, 안녕하세요. 진규(가명) 네 집이에요. 우리 진규가 올해 유소년 축구 대회에 나가려고 하는데,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을 수가 없어서 축구 협회에 가입도 못하고 있어요. 진규가 대회에 출전하려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어떡하죠 선생님...”
이 안타까운 전화 한 통은, 제도의 공백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진규는 친부모의 사정으로 3년 전부터 위탁가정에서 생활해왔다. 축구선수를 꿈꾸며 매일같이 연습에 몰두하던 진규는, 법정대리인인 친부의 동의를 받지 못해 결국 대회 출전의 기회를 잃었다. 이처럼 아동의 가능성과 꿈은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쉽게 무너진다.
위탁보호는 단순한 일시적 돌봄이 아니다. 아이가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며 삶을 꾸려나가는 중요한 보호체계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위탁부모가 아이를 실제로 돌보고 있음에도, 왜 여전히 법적 권한은 부재한가? 보호자의 책임은 요구하면서 권한은 부여하지 않는 이 모순 속에서, 아이와 보호자 모두 반복적인 상처를 겪고 있다.
위탁부모에게 보호기간 동안 명확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친권을 대체하거나 친부모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위탁아동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일상 속에서, 기본적인 권리와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아이들이 ‘법정대리인 동의’라는 벽 앞에서 평범한 활동을 포기하고 있다. 도서관 회원가입, 학원 승급 심사, 동아리 가입, 심지어는 대회 출전까지... 모두가 너무나 평범한 일상인데, 위탁아동에게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위탁보호제도의 확대와 질적 개선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위탁지원센터 설치,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등은 그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2023년 말 기준,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1100명을 넘어섰으며, 그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 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실질적 보호’가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가 변화해야 한다.
이미 친부모와 분리되는 상처를 겪은 아이들이다. 이들이 위탁가정 안에서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위탁보호 기간 동안 위탁부모에게 아동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 위탁부모가 일정 수준의 권한을 함께 가질 때, 아이들의 일상과 돌봄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아직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위탁아동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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