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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하면 으레 타이베이 101타워를 떠올리고, 지우펀의 붉은 등불 골목을 상상한다. 하지만 진짜 대만의 숨겨진 매력은 따로 있다.
인천공항 탑승구에서 바라본 티웨이항공의 기체가 활주로에서 이륙 준비를 마쳤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대만 타이중(臺中). '타이완의 중심'이라는 뜻을 지닌 이 도시는 단순한 지리적 중심을 넘어 대만 문화의 진정한 심장부라 할 수 있다.
타이중은 대만 중부에 위치한 제3의 도시로, 북부 타이베이의 번잡함도 남부 가오슝의 산업도시 분위기도 아닌, 온전히 '대만다운' 정서를 간직한 곳이다. 최근 국내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며 타이중이 새로운 대만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과도하게 상업화되지 않아 진정한 대만의 일상과 문화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타이중만의 독특한 매력은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도시 풍경에 있다. 100년 된 전통시장 옆에 힙한 디자인 카페가 자리하고, 할아버지가 그린 무지개 벽화 마을이 전 세계 인스타그래머들의 성지가 되는 곳. 이런 독특한 조화야말로 타이중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티웨이항공, 타이중 직항의 가장 현명한 선택
인천에서 타이중까지 직항으로 운항하는 항공사 중 티웨이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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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편리한 운항 시간대와 합리적인 요금이었다. 인천-타이중 노선은 오후 1시 55분 출발로 현지에 도착하면 오후 4시 30분 경이다. 게다가 대형 항공사 대비 저렴한 요금으로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여기에 더해 티웨이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한-대만 노선을 보유하고 있어 신뢰성도 높다. 김포-타이베이(송산), 대구-타이베이(타오위안), 인천-타이중, 인천-가오슝, 부산-타이베이 등 총 7개의 한-대만 노선을 운영하며, 이는 대만 노선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보여준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티웨이항공 편은 약 3시간 만에 타이중 공항에 착륙했다. 이런 근거리 접근성이야말로 타이중 여행의 큰 장점 중 하나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2박 3일 일정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감 없이, 마치 국내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가볍게 배낭 하나 메고 떠날 수 있는 거리다. 특히 대만은 비자가 필요 없어 여권만 챙기면 되는 간편함까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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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의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을 마치고 내린 타이중 공항에서, 진짜 대만 여행이 시작되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타이완 해협의 푸른 바다를 지나, 어느새 타이중의 도심이 창밖으로 펼쳐졌다. 고층 빌딩 사이사이로 보이는 넓은 녹지와 정돈된 도시 풍경이 첫인상부터 좋았다.
타이중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한 곳으로 불리는 'PARK2 차오우 광장'
타이중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 곳은 PARK2 차오우 광장이다. SNS에서 본 PARK2 차오우 광장의 세련된 분위기가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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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2 차오우 광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알루미늄 네트 구조물이 340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안으로는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평일 오후 이곳은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여름 낮 시간이라 더위 때문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히려 이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기에는 좋은 타이밍이었다.
PARK2 차오우 광장은 저녁 시간이 되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하나둘씩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특히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모두 세련된 스타일링을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이곳이 타이중 젊은이들 사이에서 '트렌디한 장소'로 통하는 곳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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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네트 구조물의 그림자를 활용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경쾌한 분위기의 벽화가 그려진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해가 지고 광장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지하 1층의 바들에서는 맥주와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공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PARK2 차오우 광장은 단순한 쇼핑몰이나 공원이 아니다. K-POP이 흘러나오는 가게,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들, 서구식 카페 문화, 그리고 전통적인 대만 음식까지...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마치 현재 대만 젊은이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 성지가 된 '무지개마을'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무조건 가야 하는 타이중의 관광 명소가 있다. 대만 타이중의 무지개마을(彩虹眷村)은 한 할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공간이자, 지금도 수많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특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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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마을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황용푸(黃永阜) 할아버지는 자신이 살던 군속촌(군인과 그 가족이 거주하던 마을)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저항 대신 붓을 들었다. 당시 80대 중반이었던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 벽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판다, 비행기, 물소, 새, 사람들… 형형색색의 그림은 점차 골목을 채워갔고, 무채색이던 마을은 어느새 '무지개'가 피어난 공간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작품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고, 시민들과 예술가들의 보존 운동이 이어지면서 결국 철거는 중단되었다. 그렇게 무지개마을은 예술과 삶이 만난 문화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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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무지개마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왜 이곳이 대만 최고의 포토스팟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을 입구부터 시작되는 형형색색의 벽화들은 마치 동화책 속 세상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골목 곳곳이 살아 숨 쉬는 갤러리였고,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나올 정도로 완벽한 배경을 제공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평화로운 동물들, 그리고 곳곳에 적힌 따뜻한 메시지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절로 밝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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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다면 아이언맨 가면을 쓴 무지개마을의 명물을 만나볼 수도 있다. 가면을 쓴 채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방문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그는 무지개마을만의 독특한 매력을 더해준다. 그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와 함께 무지개빛 벽화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이번 타이중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나혼산' 팜유라인이 반한 그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펑지아 야시장'
지난 2023년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현무, 박나래, 이장우로 구성된 팜유라인이 대만 타이중의 펑지아 야시장을 방문해 먹방을 펼쳐 화제가 된 바 있다. "대만 하면 야시장이지!"라며 입 터진 먹방을 펼쳤던 그들의 행복한 표정은 많은 한국인들의 발걸음을 타이중으로 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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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펑지아 공과대학 근처에서 시작된 펑지아 야시장은 현재 대만 최대 규모의 야시장으로 성장했으며, 1.5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에 수백 개의 포장마차와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펑지아 야시장은 펑지아 대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덕분인지 젊은 대학생들이 가득하고, 그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야시장 전체에 전해져 왔다. 이미 상당한 인파가 몰려 있었지만, 길이 넓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답답함보다는 활기참이 먼저 다가왔다.
대만식 후라이드 치킨(지파이), 취두부, 타코야키, 고구마 볼, 대만식 핫도그와 각종 꼬치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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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했던 것은 고구마 볼을 파는 가게였다. 처음엔 평범한 고구마 볼인 줄 알았는데, 조리 과정을 지켜보니 신기했다. 고구마와 타피오카 전분, 설탕을 섞어 만든 반죽을 둥글게 빚은 후 기름에 튀기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익으면 큰 체에 담아 위아래로 흔들면서 공중에서 팔랑팔랑 뒤집는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마치 저글링을 보는 듯한 재미있는 광경이었고, 이 과정을 거쳐 나온 고구마 볼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독특한 식감을 자랑했다. 한 봉지에 15개 정도 들어있었는데,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펑지아 야시장의 또 다른 명물인 '지파이'도 빼놓을 수 없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닭가슴살을 바삭하게 튀겨낸 이 음식은 매운맛과 일반 맛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매운맛을 주문하니 빨간 고춧가루 같은 양념을 뿌려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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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지아 야시장 곳곳에는 음료를 파는 상점들이 많아서 목이 마를 때마다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주유기처럼 생긴 기구를 이용해 음료를 파는 가게였다. 마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처럼 생긴 기계에서 음료가 나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런 독특한 방식으로 음료를 판매하는 것도 펑지아 야시장만의 재미있는 볼거리 중 하나다. 음료의 종류도 다양했고, 이런 특별한 방식으로 받은 음료는 맛도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펑지아 야시장에서는 먹거리뿐만 아니라 쇼핑의 재미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젊은 감각의 옷들과 액세서리, 대만 특유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 구경할 만하다.
- 타이중(대만)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