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축구의 과거와 미래①] '일본 킬러'에서 '올림픽팀 지도자'로...황선홍 감독이 돌아본 한일전

[한일 축구의 과거와 미래①] '일본 킬러'에서 '올림픽팀 지도자'로...황선홍 감독이 돌아본 한일전

일간스포츠 2022-10-05 11:30:00 신고

3줄요약
황선홍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일간스포츠와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황선홍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일간스포츠와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황선홍(54)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수 시절 ‘일본 킬러’였다. 그런 그가 감독으로서 한일전 참패의 쓰디쓴 경험을 했다.

 
과거 일본을 상대할 때 배수의 진을 치고 덤벼들었던 한국 축구는 최근 각급 대표팀이 4연속 ‘0-3 패배’를 당하는 굴욕을 경험했다. 이 중에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기록했던 0-3 패배도 있다.
 
선수와 지도자로 치열한 한일전을 모두 경험해본 황선홍 감독에게 한일전에 관해 물었다. 과연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 한일전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U-23 대표팀 감독으로서 아시아 최강팀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경기도 분당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선홍 감독은 “선수 때 한일전은 월드컵 경기만큼 비중이 컸다. 지면 안 된다는 생각만 있었다. 일본에 패하면 선수에 대한 비난, 언론 질타 같은 후폭풍이 매우 컸다. 한일전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게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황선홍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일간스포츠와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황선홍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일간스포츠와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일본 킬러’였던 황새

 
선수 시절 황선홍의 대표적인 한일전은 1998년 4월 1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친선전이다. 폭우 속에서 치러진 이 경기를 보기 위해 5만 명이 넘는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TV 시청률은 최고 73%까지 나왔다. 당시 한일전이 국민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는 수치들이다.
 
당시 한국은 경기 직전까지 일본에 2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황선홍은 부상 탓에 1년 4개월간 재활 훈련을 한 뒤 이 경기를 통해 대표팀에 복귀했다.
 
한국과 일본이 1-1로 맞서던 후반 27분 황선홍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그라운드가 비에 흠뻑 젖어 공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순간 일본 골키퍼 가와구치 요시카쓰가 뛰어나와 공을 잡으면서 득점 기회가 날아간 듯했다. 그 순간 선수 공이 누군가의 발에 맞고 솟구쳐 오르자 황선홍이 황새처럼 날아올랐다. 그리고 시저스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결승 골이었다.
 
황선홍은 선수 시절 네 차례 일본전에 나서 5골을 터뜨렸다. 놀랍게도 이 골은 모두 결승 득점이었다.  
 
선수 시절을 회상하던 황선홍 감독은 “한일전은 국민의 관심이 상당히 크지 않나. 나는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포지션인 공격수이다 보니 (팬들로부터 받는) 기대가 상당히 컸다. ‘일본 킬러’라는 별명이 부담으로도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일본이 그만큼 ‘나를 두려워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가 한일전 무패 기록을 이어갔던 원동력으로 꼽은 건 ‘선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모두가 한일전만큼은 절대로 져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대화하며 경기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최용수, 이상윤 등 공격수들과 경기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말 많이 대화했다”며 “내가 골을 넣어야 승리할 수 있으니까 다른 경기보다 골 욕심이 컸다”고도 했다.  
 
황선홍 감독은 “한국은 항상 최고의 공격수들을 갖고 있었다. 대형 공격수에 의해 승부가 많이 결정됐다”고 꼽았다. 또 하나의 승리 비결은 신체조건에서 우위였다. 건장한 체격(1m83㎝·79㎏)의 황선홍은 비교적 왜소했던 일본 선수들을 몸싸움에서 압도했다. 황선홍 감독은 “당시 일본 선수들은 체격이 조금 작고 스피드가 느렸다. 대신 교과서적인 축구, 즉 패스 위주의 기술 축구를 했다. 체격 조건이 좋았던 한국이 힘으로 일본을 눌러버리면 이길 수 있었다”고 짚었다.
 
황선홍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일간스포츠와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황선홍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일간스포츠와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저돌적으로 변한 일본 축구  

 
0-17. 지난해부터 올해 9월 중순까지 한일 연령별 축구대표팀의 점수 합계다. 한국은 ▶2021년 3월 A대표팀(0-3 패) ▶2022년 6월 16세 이하(U-16) 대표팀(0-3 패) ▶6월 23세 이하(U-23) 대표팀(0-3 패) ▶6월 대학 선발팀(0-5 패) ▶7월 A대표팀(0-3 패) 경기에서 5연패를 당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6월 1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0-3으로 졌다.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경기력을 뽐냈다. 황선홍 감독은 “상당히 안 좋게 끝났다. 준비도 부족했다. 누구를 탓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황선홍 감독은 “일본의 축구 스타일이 바뀌었다. 예전의 일본 축구는 얌전했다. 섬세한 기술이 좋았다. 최근 기존 강점에 적극적으로 뛰는 저돌성까지 생겼다. 공간이 생기면 침투하고, 패스 타이밍도 빨라졌다. 축구의 다양성이 생겼다. 과거 일본은 패스 축구에 한정된 플레이를 해 대비하기 쉬웠다. 이젠 다양한 축구가 가능해져 대응하기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축구계는 일본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더 강한 축구’를 만들었다고 본다. 일본축구협회(JFA)는 ‘2030년 월드컵 4강 진출, 2050년 월드컵 우승’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장기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유소년 시절부터 JFA가 만든 가이드라인에 맞춰 일관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게 단적인 예다. 자국보다 ‘축구를 더 잘하는’ 국가의 선진 시스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황선홍 감독도 일본의 장기 계획이 성공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축구는 세계의 중심으로 가는 게 그들이 가진 첫째 목표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에서 계속 상대해야 하는 한국을 꺾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수십 년 전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실행을 시작했다. 이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 일본 선수 간의 기량 차이가 벌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일본 선수들의 의식이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옛날 한국 축구처럼 한다. 공격 방향으로 돌진하는 도전적인 플레이가 크게 늘었다. 반면 한국은 실수를 줄이려는 안전한 축구를 하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가 서로 바뀌었다”고 했다.
 
〉〉기사 이어집니다.
 
성남=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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