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중국사업을 놓고 고심하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한시름 덜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공장을 수출 통제 대상에서 1년 간 제외하기로 했다.
사업 운영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된 셈이다. 다만, 향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사업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1년간 중국공장에 필요한 장비를 별도 허가 없이 공급할 수 있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각) 18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 나노 이하 로직칩 기술과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은 사안별로 허가를 받은 뒤 현지 생산공장에 반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이나 장비를 들일 때마다 심사를 받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공장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 상무부의 승인을 준비하는 한편, ‘반도체 공급 안정성을 유지되려면 중국공장에도 지속적으로 장비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중국 생산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개별 심사보다 더 완화된 조치라 하더라도 언제까지 유효할지 불확실해서다. 중국이 백기를 들 때까지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을 계속 막을 태세다. 때문에 1년 뒤 심사 유예를 연장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전에 미국 정부가 방침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반도체 공장 증설엔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장비를 도입하는 도중에 미 상무부의 승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일단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사업 위험요소를 해소하는 데 공들일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유예기간 동안 우리 정부에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현지 공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미 상무부를 대상으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업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려면 중국 전략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장 위기를 넘겼다 해도 위험이 사라진 건 아니다”라며 ”정부가 우리 기업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이해시키려 한다 해도 미국 정부 기조가 달라지지 않는 한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중국사업을 포함해 반도체 사업 방향성을 고민할 시기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미 상무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는 중국 반도체 업체의 확장 억제가 궁극적 목표”라며 ”중국 현지 공장 생산라인 고도화에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생산거점의 전략 재설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중국 사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램리서치, KLA는 중국 양쯔메모리(YMTC)에 파견했던 인력을 철수하고, 기존 장비 지원과 신규 설치도 중단했다.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 중인 ASML도 중국 고객 서비스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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