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아픈 손가락, 불안한 한현희

‘2승 선점’ 넥센의 아픈 손가락, 불안한 한현희

적지에서 2승.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하지만 당장의 남은 경기는 물론 다음 시리즈까지 생각한다면 한현희(25)의 부진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넥센은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준PO 2차전에서 7-5로 승리했다. 전날(19일) 1차전 승리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넥센의 연승.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 거두더라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SK 와이번스의 맞상대가 된다.

쉽지 않은 승리였다. 선발투수 한현희가 고전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장정석 감독은 “(한현희에게) 특별한 주문은 하지 않았다. 현희는 공격적인 투구가 장점이다. 상대와 적극적으로 승부한다. 이날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흐름은 장 감독의 바람과 다른 양상이었다. 한현희는 실제로 도망가지 않고 승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화 타자들이 끈질기게 ‘컨택’에 초점을 맞췄고, 어떻게든 빠른 공을 커트해냈다. 1회에는 파울 3개, 헛스윙 2개가 나왔다. 2회부터는 ‘커트 신공’의 시작이었다. 한현희 상대로 2회에만 파울 13개를 만들었다. 정근우가 4개, 이용규가 2개, 제러드 호잉이 5개의 파울을 때려냈다. 반면 헛스윙은 3회에 불과했다. 자연히 투구수가 불어났다. 3회에도 한화 타자들은 7개의 파울을 때려냈고, 헛스윙은 없었다. 정면승부에도 이런 커트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3회까지 1실점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불어난 투구수는 독으로 작용했다. 한현희는 3-1로 역전에 성공한 4회 지성준과 정은원에게 연달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어 정근우에게 몸 맞는 공으로 안타 하나 없이 무사 만루에 몰렸다. 다소 늦은 투수교체가 단행됐고 결과는 3실점이었다.

임병욱의 6타점 활약으로 경기는 이겼지만 한현희의 고전은 넥센의 향후 포스트시즌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한현희는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도 선발 제이크 브리검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으나 2연속 피안타로 일찌감치 교체됐다. 장 감독은 “당초 1~2이닝 정도를 생각했는데 (한현희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넥센의 확실한 선발투수는 브리검과 에릭 해커, 두 명이다. 토종 에이스이자 세 번째 선발이 필요하다. 장 감독은 한현희에게 그 역할을 기대했지만 2경기 연속 부진으로 고민이 깊어졌다. 다행히 이날 안우진이 3.1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선발의 희망을 보였지만, 그래도 4선발 자리는 빈다.

경기 후 장정석 감독은 “잘하려고 하다보니 본인 힘 이상의 전력투구를 한 것 같다. 4회부터는 팔에 힘이 빠진 것 같다. 공격적인 투구가 이어지지 않았다. 다음 등판 때는 본인도 잘 알 것”이라고 격려했다.

적지에서 2승을 거뒀고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였지만 그 다음 라운드를 생각한다면 한현희의 반등은 필수다. 승리에도 마냥 편할 수 없는 넥센이다.

대전 | 최익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