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게임중독’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게임중독’

한국스포츠경제 2018-10-21 20:00:00 신고

WHO가 ICD-11을 통해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를 추진한다. (출처: WHO 트위터)
WHO가 ICD-11을 통해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를 추진한다. (출처: WHO 트위터)

[한스경제 팽동현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게임중독’이 이슈로 부상하면서 5년 전에 관련법 발의 논란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게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 관련 조기 대응이 거론됐다. WHO는 ICD-11을 통해 게임장애(Gaming Disorder)의 정식 질병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ICD-11을 근거로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CD)의 조기 갱신을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WHO에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확정하면 우리도 바로 받아들여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 '게임중독'에 대한 모호한 정의

게임에 대한 과몰입이 사회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긴 하다. 당초 WHO도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과도한 사용에 대해 조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게임이 가장 우려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가 지난해 말 공개된 ICD-11 베타버전(초안)이다. 그러나 그 진단 기준부터 모호해서 게임업계는 물론 의학계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학적인 의미로 ‘중독’이라 정의하려면 대상에 대한 갈망과 내성 및 금단증상 등이 규명돼야 한다. 그럼에도 ICD-11은 게임장애에 대해 플레이 시간 조절 여부나 일상생활에서의 우선순위 등을 조건으로 삼을 뿐, 그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도박중독과 함께 ‘중독 행동에 따른 장애’로 분류한 것이다. 이에 옥스포드대, 존스홉킨스대, 스톡홀름대, 시드니대 등의 관련분야 전문가와 교수들 36명은 이 같은 WHO의 행보에 반대한다는 논문도 낸 바 있다.

각국 각계의 반발에 부딪혀 올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올해 WHO 총회에서는 게임장애의 질병 등재가 유예됐다. 하지만 곧이어 WHO는 게임장애에 대한 내용을 그대로 포함한 ICD-11 정식버전을 지난 6월 사전 공개, 기조가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내년 총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으로, 확정되면 2022년부터 적용된다.

◆ 5년 전 폐기됐던 '게임중독법' 되살아나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최도자 의원은 사행산업이나 주류산업처럼, 게임업계 역시 수익을 얻은 만큼 그에 대한 책임으로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기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행산업 사업자들은 전년도 순매출의 0.5%를 도박예방치유부담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최 의원은 알코올중독에 빗대어 게임도 음주처럼 문화로서 순기능이 있지만 중독은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013년 ‘게임중독법’ 논란 때와 흡사하다. 당시 신의진 전 의원은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관리하겠다고 주장했고, 손인춘 전 의원은 게임업계의 매출 1%를 걷어 게임중독 치유기금으로 쓸 수 있게 하겠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이 ‘게임중독법’은 사회적인 이슈가 된 이후 광범위한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WHO의 ICD-11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벌써 ‘돈’ 얘기가 나온다. 그 논리도 5년 전 ‘게임중독법’ 때와 유사하다. 이에 대해 한 ICT업계 종사자는 “새로운 환자를 받고 싶어 하는 일부 의학계, 예산과 지원금을 더 챙길 수 있는 관련 부처나 기관, 게임을 잘 모르는 부모들의 표를 공략하는 몇몇 정치인 등의 합작품”이라고 꼬집었다.

◆ 업계 "게임은 문화이자 상품"

이러한 논란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을 콘텐츠로서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영화중독, 음악중독, 소설중독 등과 같은 병명은 존재하지 않듯, 같은 콘텐츠인 게임 역시 도박이나 알코올처럼 중독으로 관리될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영화의 경우 관람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인터랙티브 VR(가상현실) 등이 활성화되면 게임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측면도 있다.

과거 중국에서 마오쩌둥 주도의 제사해운동으로 참새를 몰살시켰더니 병충해가 창궐해 큰 기근이 든 바 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던 확률형 아이템 등 사행성 요소에 대한 업계 내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국감에서는 게임이 그 '참새'가 된 느낌이다. 과몰입이 문제되는 것은 무엇이든 마찬가지고, 치료의 대상은 사람이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화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이달 초 발표했다. 그 결과 일반인 1000명 중 70.6%는 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으며, 4.1%만이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업계 종사자의 경우 45.3%가 들어본 적이 없으며, 37.3%는 자세히 모른다고 답했다.

또한 일반인 59.0%, 업계종사자 61.3%는 게임장애 질병코드화로 게임 이용자들이 중독자나 정신질환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고, 일반인 65.8%, 업계종사자 68.7%가 ICD-11의 게임장애 관련 국내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게임은 인터넷으로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일반인 59.1%, 업계종사자 78.7%가 동의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논란이 심한 이유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비디오게임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며 “좀 더 세월이 흘러 게임으로 감동을 느껴봤고 추억을 갖고 있는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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