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부지 선정까지 2년…국립한국문학관의 우여곡절

이데일리 2018.11.08 15:3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건립부지를 정하지 못해 지난 2년여 동안 표류해온 국립한국문학관이 결국 서울 은평구 기자촌근린공원에 들어서게 됐다. 문학계는 아쉬움은 남지만 오랜 시간 끝에 부지가 결정된 만큼 내실을 갖춘 문학관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8일 낮 서울 중구 청계천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격론에 가까운 토론 끝에 은평구 기자촌근린공원을 건립부지로 최종 결정했다”며 “충실한 자료로 문학관을 채워 10년, 20년 뒤에는 자랑스러운 대표적인 문화자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산·옛 서울역·과천 등 검토…현실적 난관에 무산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 유산 및 원본 자료의 수집·보존, 전시, 교육, 체험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문학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시인 출신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문학진흥법'이 2016년 2월 제정됨에 따라 건립을 추진해왔다.

당초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했던 국립한국문학관은 그러나 건립 부지 선정이 쉽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2년 넘게 난항을 겪어왔다. 2016년 5월 건립부지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으나 지자체간 유치 경쟁 과열로 한 달 만에 공모를 중단했다. 이후 문체부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가 최적의 장소라는 문학계 의견을 받아들여 이곳에 국립한국문학관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국립중앙박물관 부지가 있는 용산가족공원은 생태공원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반대해 무산됐다.

염 위원장은 “문학계가 가장 바란 곳은 용산이었지만 서울시는 물론 국토건설부도 반대 의견을 냈다”며 “국무총리실에서도 ‘종합적인 용산공원 계획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어떤 시설도 들어서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건립부지 선정은 지난 5월 문학계를 중심으로 출범한 설립추진위원회를 통해 결정됐다. 설립추진위원회는 건립운영소위원회·자료구축소위원회로 구성해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준비해왔다. 건립운영소위원회는 지자체에서 공모한 24개 부지와 국유지 2곳 등 모두 26곡을 심사한 끝에 △문화역서울 284 △파주시 출판단지 부지 △은평구 기차촌근린공원 부지 △파주시 헤이리 부지 등 4개 부지를 후보로 추천했다. 설립추진위원회 위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토의와 심사를 거쳐 은평구 기자촌근린공원을 최종 건립부지로 결정했다.

염 위원장은 “문화역서울 284의 경우 접근성이 가장 좋았지만 근대문화유산이라 문화재청의 반대가 있었다”며 “후보는 아니었지만 과천정부청사 옆 공터도 함께 검토했는데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소유 부지로 또 다시 벽에 부딪혔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문학계가 원하던 장소가 다 안 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콘텐츠 구축 중요…“국민 필요 느끼는 공간돼야”

국립한국문학관은 전시·교육·체험기능을 수행하는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의 합성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 연면적 1만4000㎡ 내외의 수장고 및 보존·복원시설, 전시시설, 교육 및 연구시설, 열람시설, 공연장 및 편의시설 등의 세부시설로 구성한다. 2022년까지 608억 원(건립 518억 원, 자료구축 90억 원)을 투입한다.

문체부는 설립추진위원회 및 각 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올해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국립한국문학관의 청사진을 담은 건립 기본계획과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공사를 진행해 2022년 말 개관할 계획이다.

우여곡절 끝에 건립부지를 확정한 만큼 이제는 콘텐츠 구축에 힘을 쏟을 때다. 설립추진위원회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서지학의 권위자인 고(故) 하동호 교수의 유족이 자료구축소위원회에 기증하기로 한 자료 중 국내 유일본인 채만식의 ‘탁류' 초판본을 비롯해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초판본, 한설야의 ‘탑' 초판본 등이 포함돼 있음을 공개했다.

서영인 자료구축소위원회 간사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둘러싸고 그동안 너무 부지 선정 문제에만 집중한 것이 사실”이라며 “부지선정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앞으로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한국문학 관련 자료를 총망라할 수 있는 문학관을 만드는데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제는 국립한국문학관을 국민 모두가 필요성을 느끼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우영 건립운영소위원회 간사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립한국문학관의 추구 방향 중 하나”라며 “국립한국문학관을 통해 문학과 독자, 문학과 국민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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