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베키와 현대건설, 잘못된 만남의 끝은?

스포츠동아 2018.11.09 05:30

현대건설이 개막 6연패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베키의 부진이 무엇보다 큰 악재다. 최근 부상까지 겹치면서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진제공|KOVO

현대건설이 도드람 2018~2019 V리그 개막 이후 6연패다.

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드러나는 것은 외국인선수 베키와 관련된 혼선이다. 시즌 4경기에서 56득점(공격성공률 35.29%)에 그쳤던 베키는 최근 2경기 연속 출전하지 않았다. 구단이 밝힌 이유는 왼쪽 무릎 이상이다. 관절염을 앓고 있다. 시즌을 앞둔 준비과정에서도 무릎 이상으로 훈련을 몇 차례 빠졌다. 십자인대 수술을 한 전력도 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지만 선수가 의지를 가지고 뛰려고 한다면 출전할 수도 있다고 구단은 내다본다.

● 베키와 현대건설은 무엇이 꼬였나

베키는 10월 31일 김천 도로공사 원정 이후 경기뿐 아니라 훈련도 참가하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는 전력 밖의 선수로 결정했다. 그만큼 코칭스태프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이도희 감독은 그의 태도와 생각이 불만이다.

힘든 훈련과정에서야 그렇다 치더라도 시즌에 들어가면 달라질 줄 알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시즌 때 코트에서 보여준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설상가상 팀워크에도 문제를 일으켰다. 도로공사전에서 세터 이다영의 패스에 대놓고 불만을 표시했다. 연결의 높이와 스피드를 놓고 까탈스러운 요구를, 그것도 코트에서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 했다. 결국 이다영과 충돌했다.

사실 공격수와 세터 사이의 긴장감은 어느 팀 누구에게나 있다. 이를 훈련과정에서 어떻게 조율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베키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7시즌 전 GS칼텍스 소속일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GS칼텍스 프런트는 당시 중도퇴출의 이유를 묻자 “대학을 막 졸업하고 왔던 때인데 기량이 모자라서”라고 했다. 하지만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기억은 다르다. 당시 세터였던 이숙자 KBS해설위원은 “그 때도 패스를 놓고 요구조건이 많았다”고 점잖게 애기했다.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팀원들과 융합하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선수를 끌어안지 못한 현대건설의 팀 문화도 살펴봐야겠지만 이도희 감독은 다른 선수들을 생각해 결단을 내렸다.

현대건설 베키. 사진제공|KOVO

● 쉬는 중에 톰시아의 반려견을 찾으러 돌아다녔던 베키

문제는 베키를 내치려고 해도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30명 가운데 그를 대신해 데려올 WS포지션의 선수가 거의 없다는 현실이 현대건설로서는 답답하다. 또 누구를 데려온다고 해도 지금 이 시점의 베키보다 더 좋아진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다.

이런 사례는 3시즌 전 흥국생명도 경험했다. 당시 5라운드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WS 포지션의 테일러는 족저근막염을 이유로 출전을 거부했다. 구단이 달래봤지만 아프다는 선수를 억지로 출전시킬 방법은 없었다. 그가 시즌을 포기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연봉이 다 보장되는 때였다. 연봉을 다 챙기고 힘든 시즌을 마치지 않고 일찍 돌아가는 꼼수를 썼다고 해석할 수도 있었다.

흥국생명은 부랴부랴 대체 외국인선수를 구했지만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에 완패하고 말았다. 당시 스토리를 잘 아는 이도희 감독은 그런 일이 베키에게서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 그럴 바에는 일찍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현장이 외국인선수를 교체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구단 고위층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안이 없다면 달래서 쓰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말도 나온다.

7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도 현대건설은 리시브에 약점을 드러내며 0-3으로 완패했다. MB와 OPP로 뛰었던 고교생 정지윤의 리시브는 불안했다. 황연주에게도 리시브를 가담시켰지만 이 마저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백업선수 가운데 후위 3자리에서 안정적인 리시브를 해줄 선수가 없는 팀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뚜렷한 방법도 없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베키를 다시 훈련에 참가시키면 팀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베키도 이미 마음은 떠난 눈치다. 숙소에서 혼자 지내는 그는 반려견을 잃어버린 흥국생명 톰시아를 돕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톰시아는 지난 주말 산책 도중에 반려견을 잃어버렸다. 밤새도록 찾지 못하자 다음 날 코칭스태프는 물론 100만원의 상금까지 내걸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소식을 들은 베키가 나서서 도와줬다. 다행히 애완견은 다음 날 산에서 발견됐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베키의 선행은 이해가 되지만 현대건설로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베키와 현대건설의 잘못된 만남, 그 끝이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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