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고위급회담 취소한 북한의 속사정

이데일리 2018.11.09 06:01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돌연 취소됨에 따라 북한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 국무부는 그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이 연기됐다며 “양측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해제가 먼저냐, 비핵화가 먼저냐를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으로 비핵화 협상이 좀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태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어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회의연기 요청 사실을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이 회의 일시와 장소를 공개한 지 불과 30여 시간 만에, 그것도 한밤중인 자정께 회의 연기를 발표한 것으로 미뤄 북한의 불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불참 이유로 ‘분주한 일정'을 내세운 것은 ‘미국 길들이기'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측의 간극이 워낙 커서 회담이 예정대로 열렸어도 성과가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미국 입장은 확고하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목록을 신고하라는 것은 공격목표 목록을 통째로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핵·경제 병진노선 복귀'라는 위협도 제시한다. 이런 국면에선 어떤 협상도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나마 판이 완전히 깨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미국 국무부는 뉴욕회동 불발에 대해 “순전히 일정조율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내년 초 회동을 거듭 확인한 데서도 강한 협상 의지가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북한 길들이기' 차원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시켰을 때도 양측은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북·미 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아니라는 청와대 진단에는 일리가 있다. 다만 남북관계에 있어 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을 비롯한 가시적인 진전을 이어가기는 어려운 전망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 처신이 중요하다. 남북화해 분위기를 바탕에 깔면서도 굳건한 한·미 공조로 궁극의 목표인 비핵화를 이룸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영리한 양면 외교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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