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1조 줄이라는..카드 수수료 정책은 포퓰리즘'

이데일리 2018.11.09 06:01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신용카드가 활성화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은 정부가 누렸다. 세수 확대로 늘어난 세액을 왜 모두 정부 금고에 넣나. 가맹점주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일정 부분 다시 환원해서 돌려줘야한다. 지금처럼 신용카드사만 옥죄는 정책은 또 다른 형태의 영세업자 말살로 갈 수 있다.”

3년마다 실시하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이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추진되면서 지나친 가격통제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재 정부와 여당 방침은 마케팅 비용 등 카드사의 원가를 줄여 발생하는 수익으로 영세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카드사들의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나아가 카드사 구조조정은 물론 밴(VAN)사 등 신용카드사 하위 영세업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논리다.

8일 서울 종로구 상명대 교수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상명대 경영학과 교수)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은 지나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이같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카드사 옥죄는 정책…영세업자 말살로 이어질수도

이 회장은 “카드산업은 단순산업이라 이슈될 것이 별로 없었는데, 5년전부터 서민경제활성화와 연계돼다보니 다루기 쉬운 가맹점 수수료를 계속해서 건드리면서 이슈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서두를 열었다. 적격비용 산정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인하'에 방점을 찍고 인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격 통제라는 판단이다.

가맹점 수수료의 적격비용(원가) 산정에 대해 그는 “(적격비용 산정은) 말 그대로 원가를 재산정하는 것인데 조달비용이 올라가면 올릴 수도 있어야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지금은) 내리기 위한 것이지 조정이 아니다”라며 “민간기업에 비용을 더 줄이라 독려하는 것도 아니고 1조원을 줄여라는 식으로 금액을 정해주는건 넌센스다. 갑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지의 소치가 아닌가”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내주쯤 발표될 정부의 카드 수수료 정책에 대한 촌평이다.

그는 “정치권은 서민안정화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고 싶어해 수수료를 건들고 싶어한다. 포퓰리즘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여당보다는 한 발 늦게 나아가고 있다”며 현재 추진 되고 있는 정부의 고강도 수수료 인하 추진 배경에 대해 이처럼 진단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한데 지금은 가맹점 일변도의 정책”이라며 “신용카드산업과 연계된 밴사, PG사 등 신용카드산업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른 구성원은 물론 소비자들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밴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정률제로 바뀌었고 나아가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카드업계가 밴 프로세싱을 직접 추진하려 하는 만큼 (지금 카드사를 옥죄는 형태의 정책은) 다른 형태의 영세업자 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합리적 대안으로 세수 발굴 등을 위한 목적이 아닌 신용카드의 본래 기능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1990년대 이후 신용카드 사용 장려 정책을 위해 소득공제 혜택과 의무수납제 등을 실시해왔는데, 신용카드는 세원발굴이 본래 기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세수 발굴을 통해 세액 증대한 것이 얼마나 많았나. 수수료 인하로 가맹점당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수준은 고작 월 12만원대에 불과하다”며 “가맹점주들의 희생으로 지하경제 발굴에 이바지해온 만큼 가맹점주 복지 차원에서 돌려주는게 맞다. 예컨대 임대차보호제도, 직원 월급 보조제도, 카드수납장려금제도 등을 통해 환원해야한다”고 역설했다.

◇‘1만원 이하 소액결제 신용카드 사용' 과도해

나아가 그는 정부만 비판한 것이 아니라 카드사들과 소비자들도 변해야 ‘상생'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의무수납제를 실시하고 모든 가맹점이 카드를 받게끔하면서 카드사들은 그동안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구조였다”며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 비해 카드사들이 23개나 되는건 너무 많다. 심지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조차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신용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시장인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부가서비스를 통한 고객유치에만 혈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만큼 부가서비스가 일반화되고 혜택이 많은 곳도 없다. 미국도 부가서비스 제공은 연회비를 많이 내면서 이에 상응하는 별도의 카드가 있을 뿐 이렇게 보편적으로 카드에 부가 서비스가 많이 제공되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라고 말했다. 또 “1만원 이하 소액결제에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문화는 과도하다”며 “소비자도 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공공페이 활성화 위해 혜택 뒤따라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 공공페이(제로페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혜택'이 뒤따라야한다고 봤다. 그는 “세액공제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까 의문이 든다”며 “제로페이 사용자들은 통행료 할인이라던지 서울시가 운영하는 주차료 감면 등의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차가 환경오염 저해 등의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어 주차료를 할인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로페이 사용이 서민경제활성화에 도움되는 공익적 성격이 있으니 그런 혜택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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