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

취향의 발견

엘르 2018-11-09 09:00:00 신고

10년 동안의 이력을 쌓은 <셀프 서비스>를 떠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으로 변신한 클레어 톰슨 존빌이 삶과 스타일에 대해 얘기했다

클레어의 시그너처인 클래식 수트. 그녀가 팔라스와 디자인한 것도 이런 스타일이다. 싱글 버튼 재킷과 매스큘린 바지에는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이번 시즌 트렌드인 애니멀 프린트 룩이 거실에 걸려 있다.

파리에서 자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많이 만나봤지만 개인 전용 현관문이 달린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 바로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말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이자 패션 피플들이 열광하는 <셀프 서비스> 매거진의 전 편집장,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인 37세의 클레어 톰슨 존빌(Claire Thomson-Jonville)은 파리지앵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드림 하우스에서 자신의 인생을 넓혀가고 있는 멋쟁이다. 그녀는 8구에 위치한 3층짜리 집을 부동산 사이트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라며,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어투로 집에 대해 설명했다. 샹젤리제에서 멀지 않은, 오스만 아파트에 둘러싸인 조용한 마당에 자리한 그녀의 집에서 그녀를 만났다.

바쁜 일상에서 클레어는 언제든 외출이 가능하도록 가방을 준비해 둔다.

클레어가 2018년까지 편집 일을 맡았던 컬트 패션 매거진 <셀프 서비스>.

클레어 톰슨 존빌이 이사를 온 건 불과 몇 개월 전. 하지만 모든 것들이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것처럼 안락하고 자연스럽게 놓여있었다. 모로코에서 손수 장만한 베르베르 양탄자가 대리석과 나무 세공이 어우러진 바닥 위를 포근하게 덮고 있었고,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푹신한 리넨 소파가 거실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처럼 자주 호흡을 맞춰온 포토 그래퍼 유르겐 텔러와 데이비드 심스, 코린 데이가 촬영한 사진이 한 쪽 벽면에 걸려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누구나 한번쯤 봤을 법한 케이트 모스의 흑백 사진과 함께. 책장에는 그녀의 취향이 반영된 매거진 과월호가 빽빽하게 꽂혀 있고, 바로 그 전면에는 바이레도 향초와 에르메스 박스들이 무질서 속에 질서를 이루며 감각적으로 진열되어 있다. “제가 정물에 대해 남다른 감이 좀 있죠.” 그녀가 유쾌한 농담조로 말했다. 스코틀랜드 억양이 살짝 섞여있는 악센트도 매력적이다. “부모님하고 같이 지내다 보면 이 억양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요. 여기저기 많은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제가 머물러 있는 공간에 따라 억양이 매번 바뀌죠.” 지금 집에 놓을 만한 빈티지 거울과 커피 테이블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핸드폰을 넌지시 보여주며 말했다. “핸드폰에 저장해둔 리스트를 보면 온통 가구뿐이에요. 새로운 공간에 살다 보니 여기에 어울리는 물건들로 채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없네요!” 틀린 말이 아니다. 올 한해 그녀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고, <셀프 서비스> 매거진에서 쌓은 10년간의 경력에 마침표를 찍고 프리랜스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녀가 자신만의 길을 확장하면서 제일 먼저 진행한 프로젝트는 프랑스 브랜드 팔라스(Pallas)와 11개의 룩을 작업한 콜라보레이션이다. 그리고 지금은 10월 패션위크에서 선보일 두 번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큐레이션으로 책을 수집한다. 유르겐 텔러 등을 비롯한 톱 포토그래퍼의 사진들도 집을 장식했다.

오늘 그녀가 촬영팀을 맞이하기 위해 입은 룩은 데님 쇼츠와 흰색 탱크 톱. 하지만 탐나는 옷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매끈하게 재단된 정장이었다. “팔라스에서 정장을 맞춰 입은 지 몇 년 지났어요. 그래서 싱글 버튼 재킷과 매스큘린 스타일의 팬츠가 어우러지는 ‘클레어’ 수트를 개발했죠. 아 참, 여기에는 항상 흰 운동화를 신어야 해요.” 확신 있는 말투로 덧붙였다. “이게 바로 룩의 완성이죠.” 그녀는 운동화 매니아다. 집에 쌓아놓은 운동화를 대충 세어봐도 무려 30켤레가 넘는다. 특히 나이키의 열성 팬으로 최근에는 오프 화이트™과 나이키 에어조던 콜라보레이션 스니커즈를 즐겨 신고 있다. 집 곳곳을 다시 둘러보니 단정하게 포개진 에르메스 담요가 욕실에 놓여 있었으며(그녀의 세 살 딸 조지아와 18개월 된 아들 에티엔이 무척 좋아한다는) 셀린의 녹색 담요는 계단 난간에 걸쳐져 있다. 스니커즈 스토어를 방불케 하는 방대한 스니커즈 컬렉션과 자연스럽게 여기 저기 놓인 럭셔리 브랜드의 담요들. 누가 보더라도 이곳이 패션 피플의 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큼 공간 구석구석이 스타일리시했다. 클레어 톰슨 존빌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갖고 있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게 엄마가 조셉 매장에 데려가면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했어요. 블랙 팬츠와 똑 같은 디자인의 그레이 팬츠. 한때는 보호 스타일을 즐겨 입었지만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을 이탈했던 경험, 있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그녀가 웃었다. 평일에는 일에 몰두하지만 주말에는 속도를 늦춰 튈르리 정원이나 몽소 공원 등 근처 공원으로 나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워라밸’을 유지하는 워킹맘. 화보 촬영이나 패션위크 때문에 멀리 출장을 가지 않는 한 엄마의 역할을 다하며 새로운 시각을 얻는다고 말한다. “행사가 많아서 옷을 자주 잘 차려 입지만 초콜릿 묻은 아이들의 손가락을 피하다 보면 이게 현실이구나 싶어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된 그녀의 말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속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물론 이 배경에는 여성들의 ‘좋아요’ 세례를 받을 만한 뛰어난 취향과 타고난 감각의 스타일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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