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이코노미] 영화 '상류사회' 속 '젠트리피케이션'…인간 욕망의 발현

이투데이 2018.11.09 10:52

(출처=영화 '상류사회' 화면)
(출처=영화 '상류사회' 화면)

"욕망을 금지하는 것. 그건 전체주의입니다. 욕망을 제멋대로 날뛰도록 하는 것. 자유 방임입니다. 욕망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하는 것. 이것이 시민사회의 응당한 책임이죠."

영화 '상류사회'는 부자들의 욕망을 인정한다. 특히, 건물주의 욕망까지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본다. 잘나가는 경제학과 교수 태준(박해일 분)은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책은 있는가'를 주제로 벌어진 TV 토론회에서 세입자와 건물주 모두 보호 받아야 하는 시민이라고 주장한다.

단,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욕망이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수준에서의 공존과 상생이다.

배우 수애와 박해일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상류사회'의 핵심 소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다. 쉽게 말해, 특정 지역의 인기가 높아져 땅값이 오르자, 건물주들이 원주민을 내쫓고 돈 많은 세입자를 들이는 것이다.

(출처=영화 '상류사회' 화면)
(출처=영화 '상류사회' 화면)

영화의 첫 화면 역시 태준의 젠트리피케이션 경제학 강의로 시작된다.

"젊은 음악인과 미술가들. 소위 홍대 문화를 이끌었던 예술가들이 정작 홍대 거리가 뜨니까 이 지역에서 쫓겨납니다. 연남동으로 옮겼더니 집세 올라서 쫓겨나고, 망원동으로 옮겼더니 스타벅스 들어온다고 쫓겨나고. 자, 이거 어떻게 해결해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깊게 연구해 온 태준은 방송 토론회에서 문제해결 방법으로 '시민은행'을 제안한다. 시민은행은 부자와 대기업의 자금 출자로 설립하는 은행이다. 이 은행은 저금리의 장기대출 상품을 만들어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출처=영화 '상류사회' 화면)
(출처=영화 '상류사회' 화면)

건물주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조정해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는 영화 속 곳곳에서 계속 등장한다. 국회 앞에서 '영세상인 상권 보호하라', '영세상인 목 조르는 대기업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는 자영업자들의 집회와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막걸릿집 주인의 발악은 영화와 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갈등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6월 발생한 '궁중족발 사건'이다.

2016년 1월 서울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본가 궁중족발'의 건물주는 궁중족발 사장에게 임대료를 297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보증금은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임대료 상승에 분노한 궁중족발 사장은 망치로 건물주를 위협하고 폭행을 저질렀다.

궁중족발 사건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떠올랐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개정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해당 개정법은 상가건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권리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던 전통시장도 영세상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장되도록 했다.

"아무리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지만, 도저히 이 월세로는 장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담아내고, 국가의 해결을 촉구한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에 건물주가 당당히 자리잡고 있는 이 시대에, 자영업자의 삶의 팍팍함이 국회에 온전히 전해지는 연말이 되기를 바라본다.

(출처=영화 '상류사회' 화면)
(출처=영화 '상류사회' 화면)

나경연 기자 conte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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