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감당 못한 중국 ‘의료 난민’, 약 밀수·제조 나서

약값 감당 못한 중국 ‘의료 난민’, 약 밀수·제조 나서

이투데이 2018-11-12 15:22:46 신고

▲기사 관련 뉴욕타임스의 영상(How China Creates Cancer Refugees) 화면 캡처. 출처 NYT
▲기사 관련 뉴욕타임스의 영상(How China Creates Cancer Refugees) 화면 캡처. 출처 NYT
암이나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많은 중국인이 불법 약 밀수와 제조에 나서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중국인 대부분이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보험 적용 범위가 작아 직접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NYT가 중국 정부 자료를 집계한 데 따르면 중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전년보다 13.2%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은 9.1% 상승에 그쳤다. 소득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중국인 대부분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치료비 중 30%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환자는 평균적으로 10%만 부담하면 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하다. 특히 많은 치료약물이 보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약값을 감당하려 불법 약을 밀수하거나 원료를 직접 구입해 제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골 지역까지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밀수와 원료 구입이 쉬워졌다.

중국 남서부 지역에 사는 훙루핑 씨는 만성 신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인도에서 값싼 약을 밀수해 복용하고 있다. 그는 현재 실업 상태로 일주일에 3번 신장투석을 해야 한다. 지난해 경찰은 그의 아파트를 검문해 해당 약품을 압수하고 승인받지 않은 약물이라고 경고했지만 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그가 복용해야 하는 약을 중국에서 구하려면 연간 4200달러가 필요한데, 이는 인도 현지 가격의 10배에 달한다.

훙루핑 씨는 이후로도 계속 자신의 신장약뿐 아니라 다른 약품들을 밀수해 웃돈을 얹어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를 구매대행이라는 의미로 ‘다이거우(daigou)’라고 부른다. 다이거우는 흔히 관세를 피해 한국에서 마스크팩 등 화장품을 사거나 제비집, 달팽이 점액 등을 거래하는 보따리 상인을 가리켰지만, 최근에는 살기 위해 훙루핑 씨 같은 다이거우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절망에 빠진 환자와 그 가족들은 밀수에서 더 나아가 직접 약을 제조하기까지 한다. NYT와의 인터뷰에 응한 한 중국 주민은 폐암에 걸린 모친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온라인을 통해 약 원재료를 구매, 저울로 무게를 재면서 항암제를 제조하고 있다. 가정에서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이 주민은 이 방법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비승인 약품 사용을 멈추라고 권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심하고 있다. 고든 류 베이징대학 의료경제연구소 이사는 “인도 복제약 중 일부는 중국 본토의 기존 제품과 비교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환자들이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비용뿐 아니라 신약의 불확실성까지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중국이 외국산 의약품 승인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식품의약품관리총국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허가한 신약은 약 100여 개로 선진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허가까지 6~7년이 걸렸다.

이에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제약회사가 해외 임상시험에서 얻은 데이터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승인 절차는 2~3년으로 짧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2만2000개에 달했던 승인 대기 신약 목록을 4000개까지 줄였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약품은 중국 보험회사의 적용 대상인 ‘국가 지원 의약품 리스트’에도 올라야 한다. 이 역시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36개, 17개 약품을 승인했지만 해당 리스트는 2009년 이후 한 번도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정다운 기자 gamj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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