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만시지탄' 강제징용 판결, '역사 전쟁'은 계속 된다

[임영택의 고전시평] '만시지탄' 강제징용 판결, '역사 전쟁'은 계속 된다

더팩트 2018-11-13 05:00:00 신고

일본 기업은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BTS의 일본 방송 출연이 취소되는 등 일본의 조직적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내 부평에 세워진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이덕인 기자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10월 30일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하고 13년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마침내 승소했다. 만시지탄이며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2012년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한 뒤 5년이나 판결이 미뤄지다가 이제야 최종적으로 원고가 승소했다. 이 사건은 사법농단의 주범인 양승태가 박근혜와 재판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서 충격을 주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과 외교관계를 고려해 판결을 미루고, 양승태 시절 사법부는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고자 서로 방안을 논의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폭로하고 손해배상을 주장할 때 이 나라의 정부와 사법부는 자신들의 이익만 탐하고 있었으니 ‘이게 나라냐’는 절규가 절로 나온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이후 일본은 전방위적으로 터무니없는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TV 아사히 출연이 돌연 취소되고 NHK, 후지TV 등도 방탄소년단을 연말 특집에 출연시키려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는 욱일전범기를 든 일본인들이 “한일 기본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한국과 단교하자”, “다케시마(독도)를 돌려줘”라고 주장하며 혐한 시위를 벌였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를 ‘징용된 사람’이 아닌 ‘모집에 응한 사람’으로 규정하며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부르겠다고 주장했다.

일본 제국주의는 대한제국과 중국 그리고 아시아 여러 국가를 상대로 온갖 잔혹한 만행을 저질렀다. 일본은 간토 대지진이 발생한 1923년에 국가적 위기를 조선인에게 전가하고자 “조선인이 방화한다”거나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려 조선인 6천여 명을 학살했다. 1937년 일본군이 국민정부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뒤에는 30여 만 명의 중국인을 학살했다. 강간 피해를 입은 여성도 2~8만 명이나 되었다.

성 외곽이나 강가로 끌고 가서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죽였고, 총알을 아끼겠다며 산 채로 땅에 묻거나 휘발유를 뿌려서 불태워 죽이기도 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병사들의 총검술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끔찍해서 차마 형언할 수조차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까지도 이런 악행에 대해 사죄는커녕 진상을 왜곡하고 발뺌하며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일본은 주변국에 자신들의 전범을 진심으로 사죄한 독일과는 영 딴판이다.

일본이 강제징용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점도 역사 왜곡이며 일본인들이 역사적 진실을 모르는 것은 제국주의 시절의 침략 및 만행의 흔적을 지운 역사 교과서로 학습한 영향이 크다. 역사전쟁은 현실에서 피를 튀기며 싸우는 영토전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역사는 기록을 통해 오랫동안 사람들의 뇌를 지배하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 기록을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논리의 대변인인 국내의 식민사학의 후예들 손에 맡겨놓아 그들의 입맛대로 왜곡·조작된 사실(史實)이 마치 진실인 양 둔갑하여 유포되고 있다. 우리 역사를 스스로 과장하거나 극단적으로 미화해서도 안 되지만 축소해서도 안 된다.

여말 선초 시기 사대주의자들과 조선 중기 성리학자들 그리고 후기 실학자들이 우리 역사를 왜곡시켰고 일제 강점기 식민사학자들은 심화시켰으며 해방 이후 이병도를 중심으로 한 식민사학자와 그 후예 그리고 언론이 역사 왜곡을 고착화시켰다. 주변국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를 너무나도 심하게 방기하고 훼손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바로세우는 데 가장 강력한 걸림돌은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 안의 식민사학 카르텔이다. 우리 사회 내부의 식민 사학 카르텔을 분쇄해야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쓸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은 그들 입맛에 맞게 한민족과 관련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항하려면 우리도 한민족의 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써야 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04년 창설된 고구려연구재단을 확대 개편하여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고자 2006년 9월 28일 설립한 교육부 산하의 역사 연구기관이다. 이 재단은 원래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동북공정의 왜곡된 역사지도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우리의 역사지도에 독도를 빠뜨리기도 하여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부에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본연의 역할을 못한다며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동북공정이나 식민사학에 대응코자 만든 재단이 오히려 그 논리를 재생산하고 있다면 재단 내 인적 청산을 하거나 해체되어야 마땅한데 주무부서인 교육부는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래서는 주변국과 역사전쟁에서 패배자가 될 뿐이다. 교육부의 결단을 촉구하며 정부 주도로 주체적인 역사기술 작업에 즉각 착수하자.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당대사, contemporary history)’라고 했다. 동북공정이나 식민사학에 대항하여 한민족의 관점에서 고조선부터 역사책을 새롭게 기록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후손에게 물려주자.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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