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X 싱어롱 떼창은 환상?…"케바케·사바사·복불복"

[e기자가 간다]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X 싱어롱 떼창은 환상?…"케바케·사바사·복불복"

이투데이 2018-11-15 11:28:32 신고

▲14일 오후 4시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CGV여의도 점은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관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나경연 기자 contest@)
▲14일 오후 4시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CGV여의도 점은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관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인기 포털사이트에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X',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을 검색하면 떼창과 열창에 관한 극찬이 줄줄이 쏟아진다.

'퀸 스크린 부활에 떼창 극장 소환', '떼창의 기적, 보헤미안 랩소디 박스오피스 1위', '영화관에서 떼창,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과 같이 싱어롱관에 가지 않으면 문화적 '아싸(아웃사이더)'가 될 것만 같은 불안 유발 기사가 한가득이다.

기자 역시 이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14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CGV 여의도점을 찾았다. 평일 오후임에도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X 싱어롱관의 모든 좌석은 매진이었다. 영화관 내부는 전체적으로 한산했지만, 보헤미안 랩소디 상영관 앞 공간 만큼은 대기하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상영 2일 전부터 예매 경쟁에 뛰어들어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X 싱어롱 관에서 영화를 직접 관람해봤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상영 2일 전부터 예매 경쟁에 뛰어들어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X 싱어롱 관에서 영화를 직접 관람해봤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다들 인터넷에서 떼창에 관한 후기와 기사를 접하고 온 듯했다. 영화 시작 전부터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퀸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가사를 암기하고 있었다. 특히, 영화 엔딩을 장식할 1985년 런던 윔블던 스타디움 공연 장면의 떼창을 준비하기 위해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라디오 가가(Radio GaGa)',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위아 더 챔피온(We Are The Champion)' 위주로 흥얼거리는 모습이다.

싱어롱관 관람을 위해 오후 근무를 뺀 김모(34·여) 씨는 "예매에 간신히 성공했는데, 애매한 오후 시간대라 반차를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어젯밤부터 미리 떼창 곡을 찾아보고 가사를 따라부르면서 영화 볼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온 대학생 유모(23·여) 씨는 "남자친구가 대학교 동아리 밴드부인데, 퀸의 엄청난 팬이라 함께 보러오게 됐다"면서 "남자친구가 영화관에서 너무 크게 따라부를까봐 걱정된다"며 웃음을 보였다.

남자끼리만 온 일행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보험 영업을 하는 신모(38) 씨는 "요새 고객들과 상담을 하면 나잇대와 상관 없이 제일 가볍게 꺼낼 수 있는 화제가 이 영화더라"며 "동료들도 같은 생각인지, 함께 보러 가자고 하니 흔쾌히 오케이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관에는 딸과 부모가 함께 온 일행, 머리가 하얀 노신사 일행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찾았다.

영화관에 들어가서는 코트와 가방을 모두 발밑에 내려두었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다 같이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어깨동무한다는 기사 내용처럼 언제든 흥에 겨워 일어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영화는 틈틈이 밴드 퀸과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어떻게 명곡을 만들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이때마다 노래가 짤막하게 흘러나왔지만, 200여 명이 보는 영화관에서 박수를 치는 사람은 10명 안팎이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스크린X 관에서 볼 경우 정면과 좌우 벽면, 3면의 스크린에서 퀸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제공= CGV)
▲보헤미안 랩소디를 스크린X 관에서 볼 경우 정면과 좌우 벽면, 3면의 스크린에서 퀸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제공= CGV)

그럼에도 콘서트나 무대 장면이 나올 때 정면과 좌우 벽면, 3면의 스크린이 주는 입체감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3면이 무대로 꽉 찬 상태에서, 밴드 연주가 크게 울려 퍼지는 장면은 실제로 콘서트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이같은 장면에서 관객들은 더욱 영화에 몰입했고,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박수를 칠 생각은 잠시 잊었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엔딩에 다다르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서 난리가 난 윔블던 공연 영상이 스크린에 그대로 재연됐다. 영화 중간까지는 무대 하이라이트만 잠깐씩 스크린에 보여졌다면, 엔딩 장면에서는 모든 히트곡이 풀 영상으로 스크린에 상영됐다. 노래의 진행 속도에 맞춰, 가사 자막도 스크린에 크게 띄어졌다.

'라디오 가가'의 흥겨운 리듬이 들리자 앞쪽 줄부터 서서히 박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수 소리에 자신감이 없었다. 박수소리는 앞 세번째 줄까지 오다가 점점 사라졌고, 이마저도 영화 사운드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위 윌 락 유'가 흘러나오자 이번에는 좀 더 자신감 있고, 힘찬 박수 소리가 들렸다. 첫번째 줄에서 세번째 줄까지, 그리고 관객 중간까지 전달되는 듯했으나, 상영관 전체에 울려 퍼지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라졌다. 맨 앞줄에 앉은 한 관객은 신이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지만, 상영관 분위기를 보고 다시 황급히 앉았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우렁찬 박수 소리와 떼창, 열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수도 열정적으로 치지 않았기에, 일어나서 어깨동무할 일도 없었다. 수많은 기사와 후기 글에서 극찬한 열정적인 관객 반응은 상영관 별로 다른,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것을 느꼈다.

영과가 끝난 뒤 생각보다 떼창이 없었던 것 같다는 질문에 박모(36) 씨는 "나는 퀸의 팬이라 이 영화가 3번째인데, 그날그날 상영관의 분위기와 관람객의 성향에 따라 떼창이 있고 없고가 결정된다"면서 "저번주에 CGV 용산 점에서 오후 7시쯤 관람했을 때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환호하며, 방방 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즉, 관람객 성향은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이기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이 많을 수록 호응도는 높아진다는 뜻이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방문했다는 유모(28) 씨는 "상영관마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인터넷 후기를 많이 봐서 설마했는데, 오늘은 복불복처럼 잘못 고른 것 같다"라며 "너무 조용한 분위기라 스크린X가 아닌 일반 영화관에서 본 것 같은 기분"이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래도 영화 자체는 재밌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실망감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결론을 내리자면,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X 싱어롱관에 퍼지는 떼창과 열창은 '케바케·사바사·복불복'이다. 따라서 콘서트장과 같은 열정적인 분위기를 원했던 관객은 예상 밖의 조용한 분위기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싱어롱관에 가기 위해 퀸의 노래를 수없이 따라 부르고, 가사를 외우며 프레디 머큐리의 감정에 공감하는 그 순간 자체가 이미 스스로에게 떼창이고 열창이 아닐까.

(연합뉴스)
(연합뉴스)

나경연 기자 conte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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