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장실의 날] “화장실이 생명을 구한다”… 빌 게이츠의 호소

[세계 화장실의 날] “화장실이 생명을 구한다”… 빌 게이츠의 호소

이투데이 2018-11-19 06:00:01 신고

“화장실이 생명을 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 게이츠가 연단에서 유리병을 꺼내자 400여 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가 봐도 ‘인분(人糞)’이 담긴 병을 그는 태연하게 만졌지만, 청중은 나지 않는 냄새를 맡은 듯 콧잔등을 찌푸렸다.

중국 베이징에서 4일(현지시간) 열린 화장실개선사업 박람회에서 게이츠는 “이 병 속 배설물에는 로타바이러스 200조 개와 기생충 알 10만 개가 득실거린다”며 “전 세계 수십억 명이 화장실이 아예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2013년 싱가포르의 제안으로 매년 11월 19일을 ‘세계 화장실의 날’로 지정했다. 이 작업을 주도한 마크 네오 유엔 싱가포르 대사는 세계화장실기구(WTO)의 창립자로 개발도상국 위생 사업을 펼쳐온 인물이다.

도입 당시 ‘화장실의 날’은 다소 우스운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게이츠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노력으로 그 심각성이 주목받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75억 명 중 60%인 45억 명이 안전한 화장실이 없는 환경에서 산다. 8억9200만 명은 여전히 야외에서 배변을 한다. 18억 명은 대변으로 오염됐을지 모르는 물을 여과하지 않고 식수로 쓰고 있다.

유엔은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2030년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 전체를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SDG의 8가지 세부과제 중 6번째가 ‘물과 위생의 보장 및 지속 가능한 관리’다. 인구의 60%가 화장실 없이 사는 것은 지구 전체의 공중보건과 작업 환경, 영양, 교육, 경제적 생산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친환경적인 화장실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매년 50만 명의 아이들이 설사, 콜레라, 장티푸스로 죽어가고 전 세계가 약 223억 달러(약 25조 원)의 경제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은 2011년부터 7년간 ‘화장실 재발명’ 프로젝트에 약 2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게이츠는 4일 연설에서 태양광을 사용해 자가발전을 하거나 배설물을 화학 분해해 깨끗한 물이나 전기,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급자족형 친환경 화장실 기술을 소개했다. 그가 인분을 정화해 만든 맑은 물을 직접 마시는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엔은 올해 발간한 ‘세계 물 개발 보고서(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2018)’에서 이러한 자연 기반 위생 시스템(NBS)을 강조하고 있다. 생태계의 힘을 활용해 인간의 배설물이 자연에 버려지기 전에 처리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게이츠재단의 배설물 재활용 기술은 물론이고 인공 습지나 갈대밭 조성을 통해 오수를 거르는 예시 등이 소개됐다.

그러나 화장실의 새로운 기술이 실제 낙후 지역에 보급되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생산 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게이츠재단은 향후 2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자급형 화장실을 보급할 계획이다. 게이츠는 SDG가 설정한 목표 해인 2030년에는 이런 자급형 화장실 시장 규모가 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다운 기자 gamj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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