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법인분리' 놓고…산은·GM '평행선' 달려

이데일리 2018.12.06 06:03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최근 극비리에 방한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배리 엥글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사장이 지난 4일에 이어 이틀 연속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면담했다. 하지만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노력이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전날 산업은행을 방문해 이 회장을 만나 연구개발(R&D) 법인분리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날 서울 모처에서 이 회장과 추가 면담을 갖고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GM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산은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어 이날 협상도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GM의 신차 연구개발 물량 배정을 앞두고 연구개발 법인 설립을 연내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 엥글 사장이 당분간 산은 및 기타 관계자들과의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엥글 사장의 방한은 지난달 28일 서울고등법원(재판장 배기열 수석부장판사)이 한국GM이 R&D 법인분리를 승인한 주주총회 결의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산은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자 산은 및 노조 측과 협상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 법인분리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법인분리가 회사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GM은 법인분리 방식 등에 대한 자료만 제출하고 산은이 요구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산은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GM은 법인분리에 대해 자산·부채 배분, 인력 배분 계획서 등 기술적인 것만 제출했을 뿐 구체적인 비즈니스 플랜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여러 부분으로 추론을 하고 예상은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플랜을 실행하느냐에 따라 장차 회사에) 도움이 될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산은은 앞서 지난 4월 GM측과 합의한 시설자금 투자금 중 절반인 4100억원의 우선주 출자금 집행을 앞두고 있다. 당초 이달 말까지 집행할 계획이었지만 GM측이 법인분리를 강행할 경우 자금 집행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한 바 있다.

반면 GM 측은 연구개발 물량 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국 측 물량 배정을 놓고 산은과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엥글 사장은 전날 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도 면담을 갖고 법인분리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홍 의원은 산은 및 노조와 협의가 우선이라는 원론적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R&D 법인 분리가 이처럼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인건비가 높은 한국시장에서는 연구법인으로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GM이 신차개발과 시설투자를 위해 약 28억 달러를 투자키로한 것이 R&D 법인에 몰릴 경우 한국GM 생산법인은 찬밥 신세가 될 수 있어서다. 한국GM 노동조합이 R&D 법인분리에 대해 ‘철수'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규정하고 반대하는 이유다.

당장 산은은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한국GM의 발목을 잡은 상태지만, 한국GM은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인분리 사업계획을 제출하지 않는 것을 놓고도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산은이 선뜻 소송 철회 등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경우 경영정상화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은 지난달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법인분리를 결의하고 지난 3일 신설 법인 설립을 위한 등기 등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 여기에 엥글 사장은 최근 로베르토 렘펠 GM 수석 엔지니어 등 신설 법인 이사진 6명을 선임하는 인사를 발표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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