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의 영화

김고은의 영화

엘르 2018-12-07 09:00:00 신고

시를 쓰고 이야기를 짓게 하는 말간 얼굴. 천진한 매력과 신비한 배우의 야성을 동시에 지닌 스물여덟 김고은의 영화는 시작됐다

블랙 라이닝과 골드 단추 포인트 카디건은 Chanel. 옐로골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레이어드 이어링은 모두 코코 크러쉬 컬렉션으로 Chanel Fine Jewelry.

매니시한 슬리브리스 셔츠와 하이웨이스트 트위드 팬츠, 테일러드 트위드 재킷은 모두 Chanel.

<엘르> 12월호 커버 걸이 됐어요. 6년 전, <은교>로 데뷔 이후 줄곧 메인 롤을 맡고 어디서나 중심을 장식해 왔죠. 자신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나 광고 사진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그때그때마다 느낌은 좀 달라요. 사실 제가 나온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여러 분야의 프로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점에서는 영화와 같아서, 그런 협업이 잘됐을 때 기분 좋았던 것 같아요. 
출연작 중에서 특별히 맘에 든 포스터가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촬영을 마치고 시간이 지나서 스튜디오에서 따로 촬영한 것보다, 영화 속 장면으로 만들어진 포스터가 좀 더 만족스러워요.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그 캐릭터로 세팅한다는 게, 외모나 분위기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차이나타운> 같은 경우, 스틸 그대로 사용한 포스터가 맘에 든 기억이 나요. 
올해 영화 <변산>을 선보이며 이준익 감독, 박정민 배우와 함께 <엘르> 화보를 찍기도 했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좀 놀랐어요 열심히 해야죠. 제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선 다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저는 아직 영화에 대해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아요.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생각이 더해져 작품이 나오는 건데, 그렇게 만든 영화가 아무 의미 없는 작품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결과가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늘 의식하면서 홍보할 때도 그렇게 임하는 것 같아요. 
이번 커버 촬영은 샤넬과 함께했어요. 샤넬이란 브랜드에 어떤 느낌을 갖고 있나요 하나의 고유명사 같은 브랜드이잖아요.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디자인이나 품질 등도 포함해서요. 제가 비록 깊은 이해는 없으나, 무엇보다 코코 샤넬이 여성 패션 역사에 혁명적 변화를 이뤘고 여러 면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 브랜드의 특별함이 이어져온 게 아닐까 생각해요.
올해 크루즈 쇼에도 다녀왔다고요 네, 해외 패션쇼에 간 건 처음이었어요. 아주 큰 전시나 공연을 보는 기분이었죠.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 같기도 했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키이라 나이틀리, 크리스틴 스튜어트 같은 개성 강한 여배우들이 참여한 샤넬의 패션 필름을 보면 환상적이에요. 여자로서 다른 여자를 볼 때 어떤 점에 감탄하나요 일단 외모가 기준은 아니고요, 당당한 여자들이 멋있어요.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아무리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 무너지기도 하잖아요.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좌절감, 두려움에 빠졌 다가 의외의 지점에서 힘을 얻어 튀어 오르기도 하고요. 그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까 하는 게 제 고민이기도 해요.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 롱 드레스는 Chanel.

정제된 디자인의 테일러드 재킷은 Chanel.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이어링은 코코 크러쉬 컬렉션으로 Chanel Fine Jewelry.

셔링 디테일 소매가 돋보이는 램스킨 톱과 로고 장식의 팔찌는 모두 Chanel.

화이트 베레와 로고 포인트 니트, 스트라이프 팬츠는 모두 Chanel. 옐로골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레이어드 이어링은 코코 크러쉬 컬렉션으로 Chanel Fine Jewelry.

풍성한 볼륨감을 강조한 블라우스와 파도를 형상화한 프린트 롱스커트, 마린 룩 무드의 진주 목걸이는 모두 Chanel.

찾아낸 방도가 있나요 뭐가 문제인지 스스로 많이 생각했어요.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고, 어느 게 잘못됐는지 찾을 만한 에너지가 없는 상태일 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곰곰이 생각해요. 어디가 잘못됐을까. 내가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는 건 아닐까,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렸을까. 그렇게 짚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찾아지기도 해요.

이준익 감독이 고은 씨에 대해 ‘지성과 야성의 밸런스가 기가 막힌’ 배우라고 했던 말이 기억 나요. 정지우 감독도 ‘본능적인 연기, 동물적인 배우’라고 얘기했죠. 창작자들이 말하는 뮤즈 김고은의 ‘야성’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다들 좋게 표현해 주신 말이죠. 그게 유지가 잘 안 되는(웃음)…. 어릴 때부터 씩씩한 편이긴 했어요. 당차기보다 단순하다고 할까? 상처도 잘 안 받고, 나쁜 일이 생겨도 쉽게 잊고 잘 지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이 더 연약해진 느낌이 들어요.
인터뷰를 시작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했는데 배우란 직업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라 뭔가 특별해 보일 수 있어도, 저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안에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그걸 일일이 드러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도 작품 밖에서는 굳이 저를 보거나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요. 뭘 하든 내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해요. 배우는 일상의 평범함을 대변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가수나 예술가와는 또 다른 것 같아요.

20대 배우로서 단연 돋보이는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어요. 돌아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일단 후회스럽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해요. 모든 작품에서 얻은 것이 있고,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모든 걸 결과로 판단해선 안 되니까요. 큼직큼직하게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새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가제)을 촬영 중이죠. 현실적인 감성 멜로 속의 김고은, 개인적으로 기대돼요 <은교>의 정지우 감독님 작품이라 하게 됐어요. 감독님이 작품을 제안하면서 자신 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두 번째 작업이라 친정에 온 듯 편안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신경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로고 포인트 캐시미어 니트는 Chanel. 옐로골드 레이어드 이어링,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이어링은 모두 코코 크러쉬 컬렉션으로 Chanel Fine Jewelry.

블랙 라이닝과 골드 단추 포인트 카디건, 오버사이즈 팬츠, 걸리시한 메리 제인 슈즈는 모두 Chanel

풍성한 볼륨감을 강조한 블라우스와 마린 룩 분위기를 풍기는 진주 장식 목걸이는 모두 Chanel

‘사랑’은 배우 김고은이 선호하는 이야기인가요 그럼요. 저는 삶에 있어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도 목표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없으면 저한테는 큰 의미가 없어요. 그게 꼭 남녀간의 사랑만 말하는 건 아니고요. 일로써 아무리 큰 성취를 거둔다 해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으면 공허할 것 같아요. 저 대신 기뻐해 주고 감사해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더 기뻐지거든요. 물론 연인간의 애정도 인생에서 뗄 수 없는 부분이죠. 이번 작품이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 가까운 로맨스를 그리는 영화라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 멜로영화를 꼽는다면 <냉정과 열정 사이>가 떠올라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봤나? 혼자서 감상문도 쓰고 그랬어요. <이터널 선샤인>도 기억에 남고, 솔직히 <노트북>을 정말 좋아해요. 누구나 그런 사랑을 꿈꾸잖아요. 
관객으로서는 어떤 엔딩을 좋아하나요? 출연했던 작품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엔딩은 당연히 해피 엔딩이죠! 그런데 제 영화에선 대부분(웃음)…. <차이나타운>에서 일영이가 ‘엄마’(김혜수)를 죽이고 그 자리를 이어간다는 엔딩이 기억에 남아요. 우리가 살다 보면 내 입장에서 간혹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왜 저런 생각을 하지?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지금 당장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이 지나온 세월과 아픔을 파악하다 보면 이해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에요. 일영 역을 맡았을 때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어요. 왜 저 삶을 이어가는 거지? 새로운 삶을 살지 않고? 일영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져요.  

2018년 엔딩도 준비해야 할 때예요. 올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해요.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기보다 찌개나 곱창에 소주 한잔 같은? <변산> 촬영 때 정말 원 없이 누렸고요, 이후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좀 힘들었지만 다시 원래 몸무게를 되찾으면서 그런 시간을 즐기고 있어요. 이틀 전에도 아버지, 어머니와 곱창에 소주 한잔했는데 모두 “아, 이게 행복이지!” 그랬어요. 그날 행복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아요.

새해는 어떤 날들이길 바라나요 내년이면 스물아홉, 아홉 수를 평탄하게 잘 보내야죠(웃음). 저는 원래 많은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에요. 언제쯤 이렇게 하고 싶다는, 그런 계획을 갖고 살진 않았어요. 저는 늘 지금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내년에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화 내내 평범함을 강조하지만 <엘르> 커버를 장식하는 건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죠. 김고은을 보는 사람들이 어떤 영감이나 메시지를 받았으면 하나요 다들 스스로를 좀 다독이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열을 가졌다면, 한 개의 모자란 점에 너무 집중하기보다 나머지 아홉 개가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들여다봤으면 해요. 저부터 그렇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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