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트 백이 뭐길래?

체스트 백이 뭐길래?

엘르 2018-12-16 09:00:00 신고

생경한 모양새와 착용법에 매료된 에디터의 뉴 백 탐구서

허리에 차는 복대형 가방, 그러니까 ‘패니팩’이라는 존재가 익숙해질 즈음 등장한 또 다른 문제적(!) 가방이 에디터를 혼란에 빠트렸다. 명칭도 생소한 체스트 백(Chest Bag)이 그 주인공인데, 이름 그대로 가슴 앞쪽에 착용하는 가방이 소위 ‘인싸’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새로운 유행을 견인하고 있었다. 내친김에 인스타그램에 #체스트백을 검색하니 줄줄이 뜨는 200여 개의 게시글. 그 속엔 요즘 세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군림한 켄덜 제너와 에이셉 라키가 체스트 백을 메고 거리를 나선 사진도 함께였다. 아리송한 얼굴로 인스타그램을 탐색하는 내게 남자친구는 이제 하다하다 군용 가방이 유행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닌 게 아니라 체스트 백은 탄창과 무전기 등을 수납하던 미군용 가방 몰리(M.O.L.L.E)에서 유래한 아이템으로 ‘체스트 리그’라고도 불리며, 한국에서는 소위 ‘엑스 반도’로 통칭되는 그것과 쏙 빼닮은 모습. 필요한 물건을 간편하게 찾을 수 있는 체스트 리그는 유틸리티 웨어를 위해 탄생한 일종의 수납용품으로, 누군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패션 아이템으로 신분 상승한 것. 그러나 유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넓은 마음으로 수용해야 하는 게 직업인 내게도 체스트 리그의 등장은 실체 없는 빈말처럼 느껴질 뿐, 별다른 호소력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패니팩을 가슴에 가로질러 메는 ‘애티튜드’에는 이미 익숙했지만, 군용품 그 자체인 체스트 백은 ‘패셔너블’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러던 중 목도한 알릭스 스튜디오(현재는 1017 ALYX 9SM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했다) 런웨이는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체스트 백의 매력에 눈뜬 계기가 됐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신인 디자이너인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스의 ‘픽’이니 귀가 솔깃했던 것. 게다가 이 백이 ‘롤러코스터 벨트’와 함께 메가 히트를 친 브랜드의 시그너처 아이템이라니, 체스트 백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꽤 높은 가격에도 전 세계적으로 품절이라 구하기 힘들어요. 요즘 뜨는 어 콜드 월(A-Cold-Wall*)과 각종 브랜드의 백도 인기가 높으니까요.” 스트리트 브랜드와 테크니컬 웨어 마니아인 후배 에디터는 지금이야말로 체스트 백을 구입할 적기라고 조언했다. 마침 <나 혼자 산다>에서 래퍼 쌈디가 착용하고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니, 지금이야말로 직업 정신을 불태워 미뤘던 쇼핑에 나설 차례! 우선 체스트 백의 원조 격인 알릭스 스튜디오의 제품. 꽤 정직한 모양새가 견고해 보이지만 1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대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후드를 탈착할 수 있는 어 콜드 월 역시 마찬가지. 어 콜드 월을 바잉하는 청담동 편집 숍에서 직접 착용한 모습은 흡사 <툼 레이더> 여주인공을 코스프레한 것마냥 안쓰러운 모습에 가까웠다. 높은 가격대와 선뜻 시도하기 힘든 디자인에 지쳐갈 때쯤 발견한 내셔널 브랜드 덱스터(Dexxter)와 어웬드(A-Wende)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대와 캐주얼한 형태가 마음을 사로잡았고, 평소 즐겨 입는 블랙 블레이저에 매치하니 기대 이상으로 훨씬 근사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오직 호기심에서 출발한 일련의 쇼핑 과정을 지켜보던 남자친구는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이었지만, 험난한 여정을 거쳐 나눈 체스트 백과의 ‘교감’은 에디터에게 여러모로 기억할 만한 순간이었다. 개인적인 스타일의 층위가 한층 넓어졌다고 할까? 낯선 유행을 몸소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지만, 그만큼 확실하고 직접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위도 드물 테니까.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체스트 백이라는 이름을 마음속에 새겨보길. 이제껏 본 적 없는 뉴 백의 짜릿한 매력에 금세 중독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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