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육군참모총장을 위한 변명

이데일리 2019.01.10 19:01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오비이락(烏飛梨落). 우연히 동시에 일어난 일로 의심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과 전직 청와대 5급 행정관의 만남을 두고 떠오른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방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우리 군 구조 특성상 상당 부분이 육군 관련 사안일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첫 육군 수장에 발탁된 김 총장의 부담은 상당했을 것이다. 게다가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육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었던 때다.

병력과 부대 감소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첨단기술군으로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을 짜고 예산을 확보하는 게 총장의 임무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 육군 모습에 혹여 조직 내 반발이 있을 수 있으니 독려도 해야 한다. 국회·정부·언론·관련 업계의 도움도 필요하다. 국민적 지지와 신뢰 회복도 절실했다. 그러러면 아쉬운 소리도 하고 때론 읍소도 해야한다. 하지만 육군은 그동안 이에 인색했던게 사실이다. 김 총장이 취임 초부터 장군차 지급 제한 등 일련의 특권의식 내려놓기를 한 이유다.

김 총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열린 육군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육군 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총장 자신부터 누구든 만났다. 격의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들었다. 심지어 이등병도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였다. 기자들과도 터놓고 얘기하는게 그의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군림하는 총장이 아닌 스스로 몸을 낮추는 지휘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만남은 그가 총장에 취임한지 한 달 남짓 됐을 때다. 김 총장은 당시 청와대 군 장성 인사담당 측에서 실무적 어려움이 있어 조언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 있었다고 했다. 탄핵 정권 이후 갑자기 꾸려진 청와대라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래서 자신의 집무실 인근으로 불러 20분 남짓 육군의 인사 시스템과 자신의 인사철학 등을 설명하고 자리를 떳다. 커피숍에서 만난 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가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되려 주말 아침 자신의 집무실에서 만나는게 더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을 것이다. ‘청와대 갑질' 논란으로 번질 일이 아니었단 얘기다.

문제는 시점이다. 하필이면 김 총장을 만난 이후 정 행정관은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잃어버렸다. 그 서류는 장군 인사검증 자료라고 알려져 있지만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이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총장과 정 행정관을 만나는데 다리를 놔 준 심 모 준장의 배석은 논란을 키웠다. 그는 당시 육군 대령으로 청와대 파견 근무 중이었는데, 그해 장군 인사에서 별을 달았다. 오해 사기 딱 좋은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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