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배우된 기자…가난한 마을에 암호화폐가 생긴다면?

블록인프레스 2019.01.11 12:14


탄자니아의 가난한 산골마을 옹가니에 ‘빌리지 코인’이 도입된다. 마을 주민들은 무료로 코인을 받아 전기를 쓸 수 있게 됐다. 무료로 받은 코인을 모두 사용한 주민들은 자갈길 도로 개선 등 마을의 공동작업에 참여해 코인을 지급받는다. 그러던 중 빌리지 코인 거래소의 기술을 훔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거래소는 블록체인 모드로 탈바꿈한다.

지난달 21일 서울 장충동 타작마당에서 막을 올린 연극 <베짜기 새집의 비밀 : 빌리지 코인 기술 상황극>의 내용이다. 아트센터 나비의 주최로 막을 올린 이 연극은  ‘시골 발명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JIT 적정기술연구소의 손문탁 박사가 만든 작품이다. 당초 50명의 관객을 수용할 예정이었지만, 70명이 넘는 관객이 모여 타작마당을 가득 채웠다.

손문탁 박사와 타작마당을 가득 채운 관객들

서울에서 연극이 공개된 이날 기자는 무대 위에 있었다. ‘여전히 낯선 블록체인을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아트센터 나비의 출연 제안에 응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연극부에 몸담았던 경험도 연극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기자의 역할은 ‘리브로’였다. 가난한 산간마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업가로, 빌리지 코인의 도입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인물이다. 빌리지 코인이 도입되면서 이전에는 전기를 마음껏 쓰지 못했던 주민들이 코인을 통해 쉽게 전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이 코인을 받아 일을 하지 않게 되니 리브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브로를 무대 위에 올려놓기 위한 준비는 약 3주간 진행됐다.

지난해 12월4일 처음으로 배우들이 모인 자리였다. 타작마당 안에 들어서자 배우로 무대에 오를 아트센터 나비 연구원 네 명과 손 박사가 대본 리딩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연습 자리에는 님보, 링구시, 바두르, 리브로, 에릭 등 낯선 주인공들의 이름이 오갔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실제 손 박사가 적정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찾은 해외 오지 마을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이름이었다. 그는 이 마을 사람들의 성격과 환경을 참고해 연극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캐릭터에 빠져들기가 쉬웠다.

빌리지코인 거래소를 관리하는 링구시(소재환 연구원)
님보에게 코인을 요구하는 바두르(승설향 연구원)
실링이 필요한 님보(김상원 연구원)

배우들과 연습하면서 점차 극의 흐름이 이해됐다. 전기를 살 수 있는 코인(암호화폐)의 가치와 마을 주민들끼리 코인을 거래하는 방식, 공동 작업에 참여한 보상으로 받는 코인, 블록체인 모드로 활성화되는 암호화폐의 신뢰성 등. 연극 안에 녹아있는 내용들은 실제 운영되고 있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기술과 맞아떨어졌다.

배우들은 관객들이 블록체인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따로 애드리브를 준비하며 대사를 새롭게 덧붙여나가기도 했다.

애드리브하는 리브로(김가현 기자)

연극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부터는 무대 세팅에 들어갔다. 빌리지 코인 거래소의 역할을 하는 ‘오픈포그 돔’ 건물을 짓는데 가장 많은 공이 들었다. 오픈포그 돔은 각각 다른 모양의 나무 조각을 퍼즐조각처럼 맞춰서 만들었다. ‘베짜기새집의 비밀’은 교육형 블록체인 연극으로 국내뿐 아니라 영국 등에서도 시연이 된 바 있다. 언제, 어디서든 연극 무대를 꾸밀 수 있도록 무대 장치를 조립형으로 만들게 됐다.

무대장치(오픈포그 돔)를 조립하는 배우들
형태를 갖춰가는 무대장치
완성된 무대장치(오픈포그 돔)

기자는 이번 연극에 참여하면서 암호화폐에 가치가 생기는 과정과 작업증명을 통한 보상, 블록체인 기술의 신뢰성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 블록체인이 일부 개발자의 관심 기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연극과 같이 블록체인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이 끝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룸네트워크의 김시준 매니저는 “암호화폐의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관람을) 권할 만하다”며 “어떻게 화폐라는 것이 생겨났는지, 또 화폐가 만들어진 후 어떤 문제가 있었고, 암호화폐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운데이션X의 정성동 전략 팀장은 “문화와 기술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발전한다”며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로봇, 아이언맨 등은 과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고 대중이 기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극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선구자적인 공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블록체인을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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