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X 박성웅의 영혼 체인지 '내안의 그놈' 리뷰

진영 X 박성웅의 영혼 체인지 '내안의 그놈' 리뷰

IGN KOREA 2019-01-11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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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그놈 리뷰

영혼 체인지물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는 팝콘 무비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고기를 썰던 남자 판수(박성웅)는 남들 몰래 허름한 분식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주문한 것은 다름 아닌 라면. 한 입 넣자마자 도로 뱉어낸 그는 계산하고 나가려고 하지만, 한 학생이 계산을 못 하고 나간다는 사정으로 인해 그 학생의 라면값까지 모두 다 계산하라는 주인장의 요구를 듣는다. 얽히기도 싫은지 군말 없이 계산하고 나선 판수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쓰레기차로 인해 길이 막히자 잠깐 차에서 내린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려던 그는 바로 앞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남학생 동현(진영)으로 인해 기절하게 되고, 정신을 차린 병원에서 그 학생과 몸이 뒤바뀐 황당한 현실을 맞이한다.

영화 <내안의 그놈>은 설정부터 코미디 장르를 휘어잡겠다는 포부가 보인다. 건달로 업계를 주름잡은 아저씨와 학교에서 왕따에 셔틀까지 맡은 학생의 몸과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두 인물이 보여줄 상황이 평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동현의 몸에서 깨어난 판수(박성웅)는 자신이 아빠라고 말하는 종기(김광규)와의 동거부터 자신의 부하인 만철(이준혁)에게 판수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애쓰는 불편한 생활을 시작한다. 고등학생의 몸, 건달의 영혼. 영화는 그렇게 부조화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이용하여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고등학생 생활은 동현(진영)이 왕따였다는 사실로 인해 꼬이기 시작한다. 많은 학생에게 무시 받아온 동현이 사람들에게 아저씨처럼 말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말을 거역하는 것을 본 일진들이 그를 괴롭히려다가 되려 폭력을 당하는 것이 그 과정이다. 그렇게 판수는 고등학생인 동현의 몸으로 조직 생활의 상황 확인은 물론, 답답한 고등학생 생활까지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 <내안의 그놈>은 이 과정에서 코미디한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가며, 동시에 이러한 역할을 소화해낸 진영과 박성웅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 영혼 체인지라는 흔한 판타지 소재로 선사하는 유쾌한 매력

<내안의 그놈>은 우연한 사고로 제대로 바뀐 아저씨 판수(박성웅)와 고등학생 동현(진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혼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은 적지 않게 등장해왔다. 서로 다른 위치는 물론,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사람의 영혼 체인지물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 <돌아와요 아저씨>(2016), <우리가 만난 기적>(2018) 등이 그 예이며, 영화 <아빠는 딸>(2017) 또한 비슷한 성격의 작품이다. 그만큼 영혼 체인지물은 생각보다 흔하게 사용된 소재이며, 영화를 연출한 강효진 감독 또한 전작 <미쓰 와이프>를 통해서 비슷한 성격의 소재를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영혼 체인지라는 판타지 소재는 흔하게 사용되어왔다. 서로 전혀 다른 상황은 물론, 정반대의 성격, 가끔은 성별까지 다른 두 사람의 몸이 바뀌어 버리는 이 소재를 <내안의 그놈>은 적절하게 사용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전부 하며 살아가는 높은 위치의 조폭과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일쑤인 왕따 고등학생의 몸이 바뀐 것이다. 이를 통해서 무언가를 깨닫거나 바꾸게 되는 소재로 사용되어온 영혼 체인지물이라는 점에서 결국 뻔할 수밖에 없는 소재이지만, <내안의 그놈>은 관객을 웃기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영화이다.

사고로 정신을 잃은 뒤, 일진들의 수발을 드는 왕따였던 동현의 몸에서 깨어나게 된 판수는 아이러니하지만, 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하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미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감 선생님에게 “오늘부터 학교 좀 다닙시다”라고 말하는 고등학생이라니! 같은 동급생에게 “어이, 고삐리들”이라며 말을 거는 친구라니!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사고로 머리를 다쳤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투와 행동으로 그려지지만, 관객은 고등학생의 몸에서 내뱉는 아저씨의 말투와 생각이 조화롭지 않게 느껴진다는 부분에서 오는 아이러니, 그러한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에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 결국 이야기의 마무리는 다른 영화와 다를 것 없지만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내는 것은 밋밋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영화는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과거에 얽혀있던 인연을 만나게 만들고 주인공의 상황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 과정에서 결국 <내안의 그놈>은 전형적인 가족 영화의 틀에 갇히게 된다. 자신이 일궈놓은 것과 무관하게 자신이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을 챙기겠다는 소망, 그리고 그 소망이 이전까지는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없는 '가족'에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웃긴 상황들이 얽히게 된다. 자신을 떠올리는 옛 연인이 자신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그렇고, 다른 이유로 인해 도와주고 보호해주고 싶어서 보여준 행동에 의도하지 않은 고백을 받은 것은 물론, 그 아이에게 “나 니 엄마를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상황도 그렇다. 10대의 몸에 들어간 40대가 그 모습으로 상황들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유쾌함은 더해나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그려내는 드라마는 큰 임팩트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나름대로 잘 구성되어 있으나, 결국 포인트는 동현과 판수의 뒤바뀐 운명으로 인해서 그려지는 이야기의 이유가 판수의 후회스러운 과거 때문이라는 점이다. 자신이 미처 챙기지 못했던 인연을 만남으로써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설정과 그렇게 그려지는 영화의 메시지는 이미 많은 가족 영화에서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선보인 부분이며, <내안의 그놈>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분명 피식하는 웃음 포인트들에 넘어가서 웃게 되지만, 극장을 나선 이후에 이 이야기가 크게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일 것이다.

# 배우로서의 진영, 박성웅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다?

<내안의 그놈>은 두 배우, 진영과 박성웅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수상한 그녀>(2014)에서 주인공의 손자로 짧고 굵은 신스틸러 맡았던 배우 진영은 이번 영화에서 왕따인 10대 소년이자 그 10대의 몸에 들어가게 된 40대의 역할을 소화한다. 그만큼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혼자 도맡아 전개해나가며, 적지 않은 웃음 포인트를 선사한다. 특수분장을 통해 무거운 몸으로 열연을 보여준 것은 물론, 살을 빼고 나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굵은 상황들을 모두 도맡아 그려낸다. 어떻게 본다면 <내안의 그놈>은 진영의 연기로 인해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배우 박성웅도 무시할 수 없다. 극이 조금 루즈해질 수도 있을 중후반부에 들어서자, “아빠! 내 몸을 훔쳤어! 도둑이야, 경찰에 신고해!”라는 말과 함께 등장, 중년 남성의 모습이지만 한없이 여리고 겁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 등장과 동시에 동현의 아빠 종기를 맡은 배우 김광규와의 호흡은 찰떡같다. “앉아, 내 얘기 안 끝났어”라고 말하는 외형은 아들, 속은 알 수 없는 동현과 “아빠, 앉아”라고 말하며, 외형은 중년 남성, 속은 아들이라고 말하는 판수의 사이에서 겪게 되는 종기의 반응은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색함 없이 캐릭터를 소화해낸 주연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주변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잘 어울린다. 딸의 친구라고 생각한 학생이 개인적인 비밀을 말하며 자신의 옛 남자친구라고 말하는 동현(진영)에게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미선(라미란)도, 이유는 따로 있지만, 자신을 보호해주는 아빠 같은 모습의 동현에게 빠진 현정(이수민)도, 하루아침에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사장님을 모시는 만철(이준혁)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극에서 없어선 안 되는 감초 같은 역할로 시종일관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데,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조연 배우들의 역할이 이전부터 갇혀 있던 틀에서 나오지는 못한 느낌이라는 것 정도이다.

사실상 영화 <내안의 그놈>은 영혼 체인지물에서 오는 유쾌한 코미디가 전부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은 배우 진영과 박성웅의 서로 영혼이 바뀐 연기가 찰떡같았다는 점과 이러한 소재에서 기대할 수 있는 코미디가 좋았다는 점에서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가족들이 만나보기 좋은 영화라는 점을 살려낸 결말까지, 이야기 자체가 큰 특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벼운 팝콘 무비를 찾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Hansol Ji님은 IGN과 함께하는 필자입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한가득 묻어나는, '영화와 연애하는' 그녀의 글은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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