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다리 꼰 靑 수석, '근자감' 질문 기자 '수난'...달라진 '신년 기자회견'

[TF주간政談] 다리 꼰 靑 수석, '근자감' 질문 기자 '수난'...달라진 '신년 기자회견'

더팩트 2019-01-12 00:05:00 신고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타운 홀 미팅 방식으로 직접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약 125분 동안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경제, 외교, 안보, 사회 등의 질의응답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퇴장하는 문 대통령. /뉴시스

이번 주 정가의 최대 관심은 청와대로 모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과 비서실장 등 일부 참모진 교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태도에 대한 후폭풍도 거셌습니다. 또,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아울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취재기자를 협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양승태 "법원 한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마음"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180명(내신 128명·외신 52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125분 동안 신년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기자를 지목해 질문을 받는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ting)' 방식으로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주 정가의 시선은 청와대로 집중됐는데요. 문 대통령이 대통령 비서실장 및 일부 참모진을 교체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헌정사상 처음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도 진보와 보수단체 간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먼저, 이번 주 최대 관심사였던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현장 이야기부터 나눠보겠습니다.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탈권위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강기정 정무수석,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오른쪽부터)이 편안한 자세로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 /뉴시스

◆탈권위적 文대통령 신연회견…"저까지 괴롭혀 드리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여전히 화제인데요,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대통령이 오는 자리는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떠오르는데요, 이번 신년 회견은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인 만큼 기본적인 예를 갖추면서도 격의 없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함께 참석했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이때만큼은 편안한 자세로 문 대통령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지켜봤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인 이들은 다리를 꼬거나 팔짱을 연상케 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신년 회견은 탈권위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권을 얻지 못한 기자들은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은데, 신년기자회견 후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청와대 출입 기자들 모두 질문 하진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야했으니까요. 어떤 기자는 한복까지 입었는데 질문권을 얻지 못했습니다. 신년기자회견이 끝난 후 돌아오는 버스나 춘추관에서 아쉬워하는 기자들이 많았습니다. 경제, 외교, 안보, 사회 분야 등으로 진행하다 보니 질문할 수 있는 기자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도 그렇고요. 회견 후 기자들 사이에서 "유사한 질문이 너무 돌고 돌았다" 등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신년기자회견'에서 질의자를 지목하는 문 대통령. / 청와대 제공

-그렇군요. 신년기자회견 후폭풍도 상당했죠.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이목을 끌었는데, 출입 기자들은 이를 어떻게 보았나요?

-워낙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신년 기자회견이라 사실 후폭풍이 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기도 했지만 날이 바뀌면서까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점령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년기자회견 후 기자들도 김 기자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대부분은 "생중계가 되는 만큼 다소 긴장했을 수도 있고 어떠한 질문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듣는 이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은 대통령도 알고 있는 문제를 포괄적인 질문을 한 것 아니냐" 등이었습니다.

-국민의 관심사를 대변해서 질문하는 것 자체는 기자의 본업이라 뭐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한데, 태도와 내용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김 기자는 얼어 붙은 경제 현실을 거론하면서 대통령께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은 이유를 알고싶다고 한 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지요. 다소 주관적 판단에 따른 질문 내용과 함께 질문을 할 때 먼저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아 태도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김 기자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방식이 작년과 또 달랐기 때문에 달라진 기자회견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습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각본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기자의 질문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만 보아도 과거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국민도 알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앞서 청와대의 작은 배려가 있었다면서요?

-배려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신년 회견 당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정례 브리핑 횟수가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김 대변인은 하루 한 차례 정도 현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는데요, 이날은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바쁘실 테니 저까지 괴롭혀 드리지 않겠다"라며 브리핑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왔습니다. 신년 회견에 대한 기사를 쓰기에 바쁠 기자들을 위한 작은 배려(?)라고 봐야 할까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저는 상당히 반가웠습니다.(웃음)

-신년기자회견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했죠?

-그렇습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문 대통령을 도왔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신임 노영민 비서실장이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또, 한병도 전 정무수석 후임으로 강기정 전 의원이,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후임엔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각각 임명됐습니다. 세 사람 모두 9일 자정을 기점으로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사실 새해 들어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의 교체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그리고 직마다 후보군의 이름도 거론됐었죠. 이번 주 초쯤 노 실장과 강 수석은 각 직의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핵심 친문(친문재인) 인사라는 점이 작용했죠. 윤 수석은 다소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 속에 인선 막판에서야 유력설이 나왔습니다. 청와대도 확인하진 않았지만, 부정도 하진 않았습니다. 한 관계자는 적중률에 놀랐다는 전언입니다.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앞두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 발표하는 양 전 대법관. /배정한 기자

◆ 전 사법부 수장·현직 지사…'거물' 등장에 문전성시 이룬 법원

-'사법농단'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했죠?

-네, 11일 오전 9시에 대법원 정문에서 입장문 발표 후 검찰로 이동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출석으로 서울 서초동 일대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특히 조사 직전 대법원에 들러 법원, 검찰, 경찰, 취재진 모두를 긴장하게 했죠.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정문 밖에 서서 취재진을 만났는데요. 재판에 넘겨지기도 전에 '얼굴 도장'을 찍은 셈이죠. 양 전 대법원장은 당초 기자회견 장소로 건물 안쪽 로비를 희망했지만, 법원 노조의 반발 및 안전상의 이유로 좌절됐습니다.

-현장에 동원된 경찰 인력만 1800명이 넘었어요. 서초경찰서 관할 지역이었는데, 용산·종로 등 다른 지역 시위 현장에서 만났던 경찰들을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죠. 너무 반가워서 악수도 하고(웃음).

-헌정 사상 첫 전 사법부 수장의 검찰 출석이라 경비도 삼엄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경비가 삼엄하고 엄청난 수의 인원이 몰려드는 바람에 다들 날카로웠습니다. 사법농단 피해자 가족 모임, 민중당 등은 '양승태를 구속하라' 구호를 외쳤고, 보수단체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님 힘내세요' 피켓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지지했죠. 양측은 시위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주고받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또, 출입을 통제하고 충돌을 막기 위해 선 경찰과 카메라 촬영 앵글을 확보해야 하는 기자 간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10일에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첫 재판이 있었습니다. 멀리 수원지법 성남지원까지 다녀왔죠.

-네, 법원은 일반 시민들을 위해 방청권 20석을 배부했습니다. 보통 재판 방청권은 추첨 방식인데, 이번 재판은 선착순이라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방청권 배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이었지만, 전날 오후 3시부터 줄을 서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낸 시민들도 있었죠.

-이 지사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 자제'를 부탁했기 때문에, 경찰 또는 검찰 조사를 받을 때와 같은 대거 맞불 집회는 없었습니다. 다만, 법원 정문 100m 밖에서 소규모 인원이 현수막을 걸고 이 지사를 응원했어요. 이 지사의 출석 때마다 '얼레리 꼴레리'를 외치는 보수단체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자체 유튜브 채널 생중계 제목도 '얼레리 꼴레리2' 였어요(웃음).

-그런데 지난 7일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자택에서 '대통령 수호' 시위를 벌이던 단체더군요. 이들은 당시 광주지법이 오는 3월 전 씨를 강제로 구인하겠다고 발표하자, "3월에도 우리가 다시 모여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안 나오시는 분은 이름을 적겠다"며 추후 시위를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소위 말하는 '거물' 인사의 재판이 많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지위와 상관없이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점은 정의로운 일이겠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7일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재판에 불참하면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법원의 강제 구인을 막기 위해 자택으로 모여들었다. 보수단체 회원은 노란 리본을 단 기자를 위협하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이덕인 기자

◆ 전두환 자택 앞 태극기 집회에 쫓겨난(?) 취재진

-지난 7일은 전 씨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에서 재판을 받는 날이었는데 불출석하면서 자택 앞도 시끄러웠죠.

-네, 이날 전 씨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법원이 강제구인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전 씨의 자택 앞엔 태극기 부대가 나타나 '전두환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노란 리본'을 단 기자를 태극기 부대로부터 위협을 당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제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유는 다름 아닌 취재기자의 가방에 달려 있던 '노란 리본' 때문이었습니다. 기자는 평소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에 학생 때부터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녔는데요. 보수단체 회원들에게는 이 리본이 반감을 일으키는 존재였나 봅니다. 이날 태극기 부대 취재를 위해 현장에 갔는데 갑자기 한 노년 여성으로부터 "노란 리본을 왜 달고 다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 지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는데요. 해당 여성은 태극기 부대 집회 장소에서 "여기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이 있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집회 참가자들 수십 명이 모여들었고, "여기에 왜 왔냐", "노란 리본만 보면 치가 떨린다", "지금 당신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는 게 보인다"는 등 고함을 질렀습니다. 팔을 밀치는 등 위협을 가했습니다.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 했고, 다행히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이 나타나 상황을 진정시켰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당시엔 태극기 집회가 노란 리본에 분노할 거란 걸 전혀 몰랐나요?

-네. 상상도 못했습니다. 태극기부대가 보수 단체고, 보수 인사들을 지지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노란 리본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유병언이 배를 고의로 가라앉게 했다"는 논리로 노란 리본을 혐오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다시 현장에서 만난 여성과 화해하기도 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는데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그 여성이 나타나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옆에 있던 한 남성은 "촛불집회에 우리가 태극기를 들고 가는 거랑 똑같다. 그러면 안 된다"고 당시 화를 냈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참 황당한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죄 없는 학생들이 죽어간 세월호 참사마저 '북한의 소행'이라며 이념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이덕인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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