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우행록' 무의식이 낳은 죄(罪)

[이런씨네] '우행록' 무의식이 낳은 죄(罪)

한국스포츠경제 2019-01-15 01:00:00 신고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가장 큰 죄는 무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스스로는 나쁜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도 없고 위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안 하면서 살아가는데, 무의식 중에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잖아요."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이하 '우행록')의 주연을 맡은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우행록'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사토시의 이 한 마디로 정의된다. '무의식이 낳은 죄'다.

영화는 일본 열도를 뒤흔든 살인 사건의 1년 후 이야기를 다룬다.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실을 찾고자 취재를 지속하는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는 사건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을 취재하며 숨어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하나 둘 씩 모인 과거의 조각들은 영화 말미 큰 반전이 돼 돌아오며 관객들을 침묵하게 한다.

'우행록'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이 소설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범인 찾기'라고 생각하고 영화관을 찾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행록'은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것보다는 '범인이 어떻게 만들어져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이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타코우(코이데 케이스케)와 아내 나츠하라(마츠모토 와카나)의 주변 인물들은 다나카에게 모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타코우와 나츠하라가 각각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원한을 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치 이들의 피살이 예견되기라도 했다는 듯한 태도다.


다나카는 반대로 이들의 증언을 통해 '살인범이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집중한다. '나는 죄가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위선이 슬며시 드러날 때 관객은 선인과 악인의 경계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다나카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첫 장면은 '우행록'이 인간에 대해 취하고 있는 포지션이 어떤지를 섬뜩하게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남의 일인듯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인물들의 내면에 자리한 위선과 광기를 배우들은 눈빛과 표정에 녹여 스크린으로 전달한다. '악인'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츠마부키 사토시와 미츠시마 히카리의 긴장감 넘치는 남매 호흡도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러닝타임 120분. 1월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우행록'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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