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미국 스포츠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톰 버두치는 “만 25세 이하의 투수들이 이전 시즌보다 30이닝 이상을 더 던졌을 경우 이듬해 부상이나 부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일명 ‘버두치 효과’다. 버두치는 매년 컬럼을 통해 ‘버두치 리스트’를 공개하고, 실제로 적중률은 60%를 웃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이미 꽤나 공신력 있는 이론이 됐다.
KBO 리그에서도 몇 년 전부터 ‘버두치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박세웅(24ㆍ롯데 자이언츠), 임기영(26ㆍKIA 타이거즈), 장현식(24ㆍNC 다이노스), 최원태(22ㆍ키움 히어로즈) 등 KBO를 대표하는 영건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버두치 효과’가 조명됐다.
박세웅은 2017 시즌 생애 첫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171.1이닝을 소화했다. 전 시즌보다 32이닝을 더 던졌다. 임기영도 2017년 118.1이닝을 소화하며 처음으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장현식 역시 2017 시즌 134.1이닝을 기록하며 58이닝을 더 찍었다.
이들은 모두 ‘버두치 효과’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박세웅과 장현식은 팔꿈치 통증, 임기영은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늦게 출발했고, 복귀 후에도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성적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7 시즌에 149.1이닝을 던지며 전 시즌보다 88이닝을 더 던진 최원태는 2018 시즌에도 100이닝 이상을 던지며 버두치 효과를 피해가는 듯했지만 결국 지난해 8월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버두치 효과’는 MLB보다 KBO리그에서 적중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투수 유망주들이 예외 없이 철저한 관리를 받은 후 빅리그에 올라간다. 점진적으로 이닝을 늘려가면서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LA 다저스의 대형 유망주 홀리오 유리아스(23)와 워커 뷸러(25)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후에도 철저한 이닝 관리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최원호(46) 한국스포츠경제 야구 논평위원은 “기본적인 트레이닝 원리만 봐도 점진성의 원리라는 게 있다. 젊은 투수들이 전 시즌에 비해 급격히 많은 이닝을 던지면 부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게 당연하다”며 “메이저리그처럼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선수 공급의 문제 등 여러 문제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1군에서 많은 공을 던진다. 버두치 이론을 예방하기 위해선 점진적으로 이닝 수를 늘리는 등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영건들의 부상과 부진은 타고투저 심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KBO 리그에는 각 팀별로 토종 에이스는 고사하고 선발 투수 구실을 할 선수도 몇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 투수들의 끊임 없이 등장해야 리그가 건강해진다. 올해에도 박치국(21ㆍ두산), 이영하(22ㆍ두산), 김민우(24ㆍ한화) 등 25세 이하의 몇몇 영건들이 전 시즌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더 던졌다. 영건들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현장에서 지도방식의 변화와 체계적인 육성ㆍ관리 시스템, 선수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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