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골퍼' 최호성, '낚시꾼 스윙'으로 PGA와 대중을 낚다

'괴짜 골퍼' 최호성, '낚시꾼 스윙'으로 PGA와 대중을 낚다

한국스포츠경제 2019-02-10 23:56:00 신고

KPGA 제공
K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김도균 칼럼니스트] AT&T 페블비치 프로암대회, PGA 대회에 첫 출전 하며 최종 라운드에 진출은 못했지만 우승한 선수보다 더 큰 화제를 몰고 다닌 한국 선수가 있다. 골프의 기본은 멋진 스윙인데 특이한 낚시꾼 스윙을 하는 최호성 선수이다. 그는 이 스윙 폼으로 KPGA 2승을 거두기도 했다.

공을 치고 나서 클럽을 세우고 오른쪽 다리를 들었다가 무릎을 굽히기도 하고, 허리를 꺾기도 하면서 마치 공의 방향을 조정하는 듯한 자세로 영락없이 월척을 낚는 낚시꾼의 모습을 닮았다 해서 “낚시꾼 스윙”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말 그대로 괴짜 폼으로 괴짜 스윙을 한다. 그런 그를 왜 PGA에서 초대했을까?

골프의 대중화에 운명을 걸고 있는 PGA에게 미래 비즈니스적 모델을 보여준 선수이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 채널은 세계에서 말도 안 되는(craziest) 스윙이라고 보도했고, 저스틴 토머스 선수는 트위터에 “나도 오늘 한번 해봐야겠다”라고 했으며. 미국 골프 팬들은 “가장 이상한 스윙이지만 즐거움을 준다”라고 했다.

그의 스윙을 보면 지난 600년을 고수해온 골프의 정석을 모조리 부정하는 이상하고도 우스꽝스러운 괴짜 폼이다. 골프 교본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다하다 보니 탈춤과 같은 스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해빈 교본대로 원칙대로 배워서 세상을 정복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지 자신에게 맞는 독특한 동작을 개발하여 이를 극복한 선수는 없었다.
그의 괴짜 스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열악함 때문이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가난하고, 못 배우고, 몸이 약하게 태어난 것을 ‘신의 은혜’라고 한 것처럼 최호성 선수는 수산고교 시절 참치를 손질하다 엄지손가락이 잘려나갔고, 25세의 늦은 나이에 골프에 데뷔했고, 나이가 들면서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는 등 수 많은 약점들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는 제도권이 아닌 제도권 밖에서 변신의 동력을 찾았기 때문이다. 거리를 늘리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자신에게 맞는 폼과 스윙을 제도권 밖에서 찾았기 때문에 더욱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무작정 남을 따라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는 새로운 창작을 할 수가 없다. 어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개척자(first mover)가 되어야만 새로운 방식과 역사를 만들어낸다. 그는 창조적인 반대자로, 기존 골프의 선례와 전통을 안고서는 새로운 미래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또 다른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노력 때문이다. 버진 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사람은 규칙을 배워서 걷지 않는다. 걸음마를 시도하고 넘어지면서 배운다.”라고 했다. 최호성은 자신의 스윙에 주위 사람들이 비웃거나 딴지를 걸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최적의 스윙을 위해 노력한 것이다. 흔히 괴짜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보통 실패라고 부르는 것들을 그들은 성공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여기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일반 통념에 맞서 싸우고 넘어지고 결국 승리한다.

네 번째는 자신의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 특이한 동작은 공이 홀로 들어가라고 주문을 걸어주는 리모컨 같다. 내 스윙을 사랑한다.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는 최호성 선수의 말을 보면 세계 골프 팬들을 사로잡은 낚시꾼 스윙의 마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것 같다.

최근 ‘도시어부’라는 낚시 예능의 인기로 인해 낚시 열풍에 불을 댕겨 관련 사업이 번창하고 재밌는 놀잇거리로 급부상하였듯이 낚시 스윙으로 인해 골프 인구가 늘고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많은 사람이 평생 낚시를 하면서도 낚시의 목적이 결코 물고기 자체가 아님을 알지 못한다”라는 낚시 명언이 내 마음에 와닿는다. 골프는 점수 자체, 승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수많은 즐거움 들인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골프를 해왔다.

이런 최호성 선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석화된 프로 골퍼의 스윙을 보면서 자신감을 상실했던 사람들에게 “내 폼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공감대와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둘째, 나는 나다. 사람은 저마다 체형, 근력, 유연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스윙이 있다. 타이거 우즈의 폼은 타이거 우즈만 할 수 있듯이 나와 다른 그를 나는 따라 할 수 없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 폼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동작을 프로처럼 부드럽고 예쁘게 해야 한다는 억눌린 지식과 폼으로부터 해방 시켰다.

넷째, 모든 것이 흔들려도 공을 치는 임펙트 순간만큼은 절대 흔들리지는 않는 그를 보며 핵심이 중요함을 가르쳐 주었다.

다섯째, 인생역전은 자기 주체성과 성실함이 중요함을 알려 주었다.

여섯째, 그가 보여준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 아니라 쉬운 운동이고, 힘든 운동이 아니라 재미

마지막으로 골프는 너무 어려운 운동이고 배우기 힘들다는 관점을 바꾸어 우스꽝스러운 스윙으로 지금껏 보았던 선수들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골프의 또 다른 재미를 가르쳐 주었다.

최호성 선수와 같은 괴짜들의 성공은 전통적인 형태의 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변화시킨다. 괴짜 스윙처럼 틀에서 벗어난 창의성이 골프 인구 증가에 이바지할 것이다.

골프 규범과 괴짜들이 벌이는 전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의 스윙이 단순히 스윙으로 끝나지 않고 골프 시장을 변화시키고 골프의 대중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주길 바란다.
 
김도균 칼럼니스트(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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