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흐른다, 술에 잔뜩 취한 채

이데일리 2019.03.13 05:04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음주는 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거의 모든 문화권에 술이 있다. 축하나 의식은 물론이고 폭력을 휘두르기 위한 구실이 되기도 하며, 결단이나 계약 혹은 특이한 관습에 이르기까지. 음주의 목적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랐다. 하지만 ‘마시면 취한다'는 건 같다. 그래서 만취가 인류의 역사에 항상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잉키 풀'이란 블로그로 이름을 알린 저자가 음주에 관한 방대한 역사를 정리했다. 고대 문명에 등장한 만취한 자들의 축제와 성경, 중국과 중세 유럽의 음주문화와 미국의 금주법, 여기에 럼을 마시기 위해 세웠다는 호주, 벌꿀술 미드가 모든 시의 원천이라고 생각한 바이킹까지. 10대에 처음 술을 접한 저자가 중년이 된 지금까지 스스로 느낀 점도 더했다.

만취는 모순의 반복이었다. 모든 것을 긍정하게 하면서도 부정하게 하며, 폭력적인 동시에 평화를 유도한다. 누군가에겐 영감의 원천이었고 통치자의 도락이었으며 몰락의 원인이기도 했다. 이뿐인가. 유혹의 수단인 동시에 결혼의 원인, 신을 체험하는 수단이자 신 그 자체였다.

저자는 만취야말로 인류의 과거이자 현재며 미래라고 단언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술꾼으로 진화했으며 우주로 향하게 될 미래에도 만취의 역사를 이어갈 것이라 했다. 영장류의 한 줄기였던 인류가 지나치게 익어 알코올을 함유한 열매를 따먹기 위해 땅에 내려왔다는 그럴듯한 가설과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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