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푸르다' 말하고 '통영바다' 그린다…전혁림 '통영항 풍경'

이데일리 2019.03.14 00:11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화가 전혁림(1916∼2010). 경남 통영 출신이다. 나고 자라고 일하고 ‘그렸다'. 그런 작가의 인생에 ‘부산'을 들인 계기는 한국전쟁. 피란 중이던 1952년 첫 개인전을 부산 밀다원다방에서 열었으니. 1950년대 후반부터 흐름을 탄 추상회화로 ‘부산 추상회화의 개척자'란 별칭도 얻고.

종횡무진 부산 화단을 헤집던 생활은 1970년대 끝무렵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마음은 통영이었나 보다. 그즈음 작품 대부분이 통영 앞바다에 머문다. 아니다. 평생이 통영이었다. ‘통영항 풍경'(2004)이 그렇지 않은가. 아흔이 다 돼 그린 작품에서도 변한 것 없는 그곳이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구도, 무심한 듯 그어낸 붓선이 그이의 작품세계 중 절반. 나머지 절반은 색이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내려 앉힌 깊디깊은 푸른색은 그이에게 ‘색채의 마술사'란 타이틀을 내리기에 충분했다. 김환기의 푸른색이 가슴을 저미는 푸름이라면 전혁림의 푸른색은 가슴을 틔우는 푸름이다.

독학으로 잡은 붓이란다. 중앙화단과 멀찌감치 떨어졌던 건 자의, 또 타의가 만든 일일 터. 예순을 넘겨 비로소 세상의 조명을 받은 일도 무관치 않을 거다. 하지만 온전히 그 덕분이지 않겠나. 이토록 특별한 그이의 그림을 얻었다, 색을 얻었다.

20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길 미광화랑서 여는 기획전 ‘꽃피는 부산항 Ⅵ'에서 볼 수 있다. 개관 20주년을 맞은 화랑이 부산근대미술 1·2세대 작가 28명의 40점을 건 기념전으로 마련했다. 캔버스에 오일. 45.5×38㎝. 개인 소장. 미광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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