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다른 '패왕별희'…'창극과 경극, 새 전통 만들 것'

이데일리 2019.03.14 06:02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패왕별희'하면 장국영 주연의 영화를 떠올릴 텐데 우리 작품은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영화의 명성을 어떻게 뛰어넘어 전통의 이야기를 현대의 무대에 올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안무가 겸 작가 린슈웨이)

타 장르와의 접목으로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해온 국립창극단이 2019년 첫 작품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전통예술인 경극과 만난 신작 ‘패왕별희'(4월 5~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다.

원작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동명의 경극이다. 첸카이거 감독이 1993년 발표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동명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과 항우가 패하고 연인 우희와 이별하는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연출은 대만을 대표하는 경극 배우 겸 연출가인 우싱궈가 맡는다. 우싱궈 연출은 2년 전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부터 작업 제안을 받고 공연을 준비해왔다.

12일 서울 동대문구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우싱궈 연출은 “이번 작품은 한국과 중화권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만나는 자리이자 현대와 전통이 결합하는 작업으로 의미가 있었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11세부터 경극을 수련해온 우싱궈 연출은 1986년 동료 경극 배우들과 함께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하고 그리스 비극과 셰익스피어, 카프카 등 서양 고전과 문학을 경극으로 재해석해왔다. 그는 “전 세계의 전통문화가 현대에 접어들어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렇기에 더 용감해져야 한다”며 “전통이 현대와 융합하고 관객과 만날 때 더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우싱궈 연출은 창극과 경극이 ‘소리'라는 공통점을 지닌 것에 주목했다. 창극이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경극 또한 소리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우싱궈 연출은 “창극의 가장 큰 감동은 판소리의 생명력”이라며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우주의 외침과 같다”고 평가했다.

작품은 이자람 음악감독이 작창한 전통 판소리로 채운다. 다만 배우들의 몸짓은 경극에서 차용해 새로운 볼거리를 선보인다. 우싱궈 연출은 “경극은 배우의 손짓이나 동작, 표정 등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많다”며 “이번 작품은 경극이 지닌 퍼포먼스적인 요소를 어떻게 가미하면 창극과 잘 융합을 이룰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람 음악감독은 “연습을 보니 내가 만든 소리, 음악이 경극의 움직임과 만나 새로운 시너지가 벌어지고 있더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극본은 우싱궈 연출과 함께 작업해온 안무가 겸 작가 린슈웨이가 맡았다. 린슈웨이 작가는 “경극 ‘패왕별희'는 7년의 시간을 다루는데다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표현하려면 100명 이상의 배우가 등장해야 해서 대만과 중국에서 공연할 때도 2시간 내에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이번 작품은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에서 생겨난 100여 개의 사자성어 중 7개를 테마로 삼아 각 장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영화 ‘와호장룡'으로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예진텐이 의상디자인을 맡아 경극 특유의 화려한 의상을 선보인다. 항우 역은 객원배우인 정보권이, 유방 역은 국립창극단 부수석단원인 윤석안이 맡는다. 국립창극단 수석단원 허종열을 비롯해 김금미, 이연주, 유태평양 등이 함께한다. 국립창극단 대표 스타 김준수는 항우의 연인 우희 역을 맡아 ‘트로이의 여인들'에 이어 또 한 번 여성 역할에 도전한다.

2000년도 더 지난 역사적인 사건을 무대화하지만 그 중심에는 지금의 관객이 공감할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 린슈웨이 작가는 “시대가 바뀌어도 인류 내면에 있는 사랑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오강이라는 추상적인 강을 두고 단절된 두 세계는 남한과 북한, 또는 중국 본토와 대만을 상징한다. 이처럼 공간의 단절이 있어도 그 사이에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사랑이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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