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의 돈을 훔치다 - 넷플릭스 '트리플 프런티어' 리뷰

IGN KOREA 2019.03.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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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프런티어 리뷰

주먹질 한 번에 천만, 망치질 한 번에 1억


영화화되기까지 굴곡이 많았던 영화이다. 2010년부터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를 함께 했던 캐스린 비글로우와 마크 보올이 각각 연출과 극본으로 참여하고, 톰 행크스와 조니 뎁 등이 출연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었지만, '제로 다크 서티'를 먼저 제작하면서 늦어지다 작가도 바뀌고 출연진도 뒤바뀌기를 여러 번. 마침내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로 주목받았던 J.C 섄도어가 참여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오랜 세월 프로젝트가 미뤄지는 사이 처음 느꼈던 기대감은 자연스레 희미해지기 마련인데다, 캐스린 비글로우의 연출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몇 안 되는 전작들에서 심리 갈등을 그리는데 능숙했던 J.C 섄도어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 다시금 기대감을 높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마친 후 첫 느낌은 선명하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출처=넷플릭스

남미에서 민간 용역업자로서 경찰을 도와 마약사범을 적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산티아고 가르시아(오스카 아이작)는 로레아 카르텔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요바나(아드리아 아르조나)에게서 카르텔 자금을 보관하는 비밀 금고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동시에 산티아고가 돕고 있는 경찰이 모두 카르텔에게서 뇌물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된 산티아고는 비밀 금고를 털 계획을 세우고 공수특전대에서 함께 했던 옛 전우들을 한데 모은다.

파산 직전의 부동산 중계사 톰 데이비스(벤 애플렉), 제대를 앞둔 군인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윌리엄 밀러(찰리 허냄), 이종격투기 선수이자 윌리엄의 동생 벤 밀러(개럿 헤드룬드), 면허 정지 당한 헬리콥터 파일럿 프란시스코 모랄레스(페드로 파스칼), 그리고 산티아고는 함께 로레아 카르텔의 비밀 금고를 터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들의 탄탄했던 계획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보고 이성을 잃은 다섯 전우가 단 몇 분의 실수를 만들면서 점차 난항에 빠지기 시작한다.

출처=넷플릭스

영화의 기본 전제는 오락성 강한 범죄 액션물의 것과 비슷하다. 궁색한 삶을 살던 주인공들이 의외의 기회를 포착한 후 한탕 하려다 수많은 난관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각 단계별로 탄탄히 구성되었고, 주인공들이 전직 공수특전대였다는 점은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좁은 공간에서의 긴장감과 함께 신속하고 정확한 단발 사격의 짜릿함까지 모두 보여준다. 남미의 여러 자연환경이 주는 난관을 헤쳐나가고 거친 비포장도로에서 펼쳐지는 난전 역시 그려지며 액션물로서 비교적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재미는 기본적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짧다.

제작자로만 남은 캐스린 비글로우와 작가 마크 보올, 그리고 연출 J.C 섄도어 모두 액션물을 만들려는 영화인이 아니다. 액션은 그저 이야기에 필요한 요소일 뿐,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출처=넷플릭스

일단, 주인공들의 직업을 보자. 톰은 고작 1억 3천만 원 밖에 안하는 싸구려 콘도를 파는 부동산 업자이다. 영화 내 언급되지 않지만 일 년에 2천만 원도 못버는 종합격투기(MMA) 선수가 30% 정도 된다 하니 스타급 선수는 아닌 벤 밀러도 미국 평균 연봉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군에서 월급 받는 윌리엄 밀러 역시 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집 전체가 금고라는 카르텔 보스의 집에 가보니, 일 년 내내 주먹질해봤자 2천만 원도 못 버는 벤이 벽을 향해 주먹질 한번 하니 천만 원짜리 돈뭉치 하나가 나오고, “집이 돈”인 부동산 업자 톰이 말 그대로 “집이 돈”인 곳에서 망치질 한번 하니 집 하나 가격과 맞먹는 돈뭉치들이 벽 속에서 튀어나온다. 또한, 마약 운송하다 걸려서 헬리콥터 조종사 면허가 정지됐다는 프란시스코는 마약의 무게와는 비교되지 않는 돈의 무게에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이렇게 “집이 돈”인 그곳은 궁색했던 주인공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미를 지닌 행동을 너무나 하찮게 만들어버리는데, 그런 돈 앞에 선 주인공들의 행동은 욕심을 부린다는 느낌이 아니다. 전장에서 했던 실수들이 세월이 지나도 계속 떠오른다며 신중하고 또 신중하기를 얘기하던 톰마저도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주인공들은 이성을 잃었다는 느낌에 가깝다.

영화 첫 장면이 떠오른다. 강연을 위해 지어냈는지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윌리엄 대위는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는 일화를 얘기한다. 이성을 잃은 것이다.

출처=넷플릭스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결심, 돈을 훔친 후 카르텔 보스의 집을 불태우는 것도, 아이를 해치지 않겠다는 것도 이성적인 생각과 행동에 의한 것이었지만, 영화 중반부 이후로 그 모든 이성적인 행동과는 정반대되는 행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순차적으로 오기 시작한다.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 같은 상황이지만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상황을 영화 전후에 배치하면서 그 의미를 생각해보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선명하지 못했다.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각각 백과 흑으로 했을 때, 회색 지대에 놓인 주인공들이 겪는 심적 동요와 갈등을 그리는 게 영화의 주된 의도였을 텐데, 문제는 영화 초반부터 회색임을 선명하게 보여준 산티아고가 주가 되어 한탕 벌이는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전개되다 보니, 톰이 가지고 있던 흰색이 선명하게 보이지 못하면서 회색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어정쩡한 검은색이 되어버린다.

또한, 윌리엄 밀러와 벤 밀러, 프란시스코가 어떤 인물인지 거의 전혀 보여주지 못한 탓에 심적 갈등이 그려지지 못하며 그저 검은색으로만 칠해진 느낌이다.


Ukchol Joung님은 IGN과 함께하는 필자입니다. 신속하게, 그리고 다르게. 언제나 신선한 Ukchol Joung님의 드라마와 영화 감상은 블로그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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