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나경원 '수석 대변인' 도발, 김성태가 여당 쪽에 간 까닭

[TF주간政談] 나경원 '수석 대변인' 도발, 김성태가 여당 쪽에 간 까닭

더팩트 2019-03-16 00:04:00 신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 소리를 듣지 않게 해 달라"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이번 주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나 원내대표가 이날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올해 내내 개점휴업 상태이던 국회가 마침내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3월 임시국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 기대하기에는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보여준(?) 게 많았죠. 이번에도 여야는 시작하자마자 거세게 충돌했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본회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아수라장이 됐고, 산회 직후엔 민주당 의원들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분노에 찬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버닝썬' 사태는 정치권에도 파장을 끼쳤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이 사태를 놓고 종일 설전이 오갔습니다. 또한 논란을 뒤로하고 주중대사 내정자로 돌아온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냐" 발언에 본회의장 아수라장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이번 주 정치권의 가장 큰 화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 등의 수위(?) 높은 비판을 한 것입니다.

-민주당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고, 다음 날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안도 제출했습니다. 이에 한국당은 '연설 방해'를 이유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당시 현장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후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미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이원석 기자

◆나경원 '쓸쓸히' 바라본 전임자 김성태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 당시 본회의장이 상당히 소란스러웠는데요. 그런데 전임자였던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눈에 띄었다는 데 어떤 얘기입니까?

-네,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 직후 본회의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었는데요, 본회의장 맨 뒤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혼자서 이 장면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웃음). 표정이 조금 오묘했습니다. 씁쓸해 보이기도 했고요, 회상에 잠긴 것 같기도 했습니다.

-(웃음) 김 전 원내대표가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까?

-직접 물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처음엔 김 전 원내대표가 항의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를 내러 간 것인가 싶었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서 있던 곳이 민주당 의석 바로 뒤였거든요. 그런데 그는 오히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고, 몇몇 민주당 의원들과도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도 사적으로는 잘 지내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추측하기로는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을 타이르기 위해 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나 원내대표를 바라보면서 김 원내대표가 어쩌면 '나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웃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도 과거 교섭단체 대표연설 수위가 약하진 않았었죠?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 연설에선 김 전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어떻게 입법부 수장이 블루하우스(청와대) 스피커를 자처하냐"고 지적하면서 여당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본회의가 다 끝난 뒤 만족감을 감추지 못하며 기자들에게 "반응이 핫하고 좋다"고 말하던 김 전 원내대표 표정도 생각이 납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스스로 '나는 들개'라고 표현을 하곤 했었죠. 단식을 하는 등 투쟁에 굉장히 집중했던 김 전 원내대표였는데요, 다만 여러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 전 원내대표는 겉으론 각을 세워도 뒤에선 상대 진영과도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던 원내대표였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김 전 원내대표 연설 때보다는 나 원내대표 연설 때 여당의 반응이 더 심각했던 것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와 별개로 김 전 원내대표는 직을 나 원내대표에게 넘겨준 직후 터진 딸 KT 채용 특혜 의혹으로 논란에 중심에 선 상태입니다.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없던 김 전 원내대표 딸을 근거 없이 합격시킨 혐의로 전 KT 임원을 14일 구속했습니다. 이제 김 전 원내대표를 향한 직접 수사가 진행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데요, 명명백백히 사실이 밝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직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허주열 기자

◆뿔난 민주당 의원들 속 송영길 의원의 엇박자

-나 원내대표의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낸 의원도 있었다고요?

-네, 이날 민주당 긴급의총은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한 성토장이었습니다.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등 9명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해당 발언에 대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가원수 모독죄",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발언", "촛불(혁명)에 대한 정면 부정이자, 정권 교체에 대한 불복" 등의 거센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다만 송영길 의원은 달랐습니다. 송 의원은 의원들 중 가장 긴 8분가량 발언을 했는데요, "나 원내대표의 여러 발언 중 남북관계에 대해 말하겠다"며 입을 열어 "한미동맹이 중요하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에 많은 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우리 돈 20조 원이 투입된 평택 미군 기지를 방문할 계획이다" 등 다른 의원들과 결이 다른 발언을 장황하게 했습니다. 이에 사회를 보던 강병원 원내대변인이 좀 짧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분노한 것은 모든 의원들이 마찬가지였지만, 분노의 지점이 송 의원은 조금 달랐던 것 같네요(웃음).

-네, 강 원내대변인이 중간에 잠깐 흐름을 끊은 뒤에도 송 의원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마지막에서야 "나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상황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 한 것에 대한 취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뒤늦게 다른 의원들과 비슷한 인식을 보였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저흰 청장…" 민갑룡 경찰청장의 자신 없는 한 마디

-'버닝썬' 사건이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여럿 연루됐고요, 그 파장이 국회로도 번진 모양새입니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하루종일 버닝썬 관련 이슈들이 다뤄졌죠?

-네, 맞습니다.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을 했는데요, 질의에서 버닝썬 사태가 가장 많이 주제로 올랐습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민 청장을 강하게 꾸짖었는데요, 이번 사태의 시작이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이었고, 현재는 경찰 수뇌부와의 검은 커넥션 의혹으로까지 번진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가수 승리와 몇몇 연예인들이 함께 있던 채팅방에서 "'경찰총장'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식의 대화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청장도, 검찰총장도 아닌 '경찰총장'이란 단어가 나왔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말은 많았습니다. 이게 경찰청장을 잘못 쓴 것이냐, 검찰총장을 잘못 쓴 것이냐, 여러 추측들이 제기됐는데요, 행안위 질의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습니다.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버닝썬 사태에서 '총장'이란 단어가 나오죠? 지금 현재 경찰에서 총장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 곳이..."라고 얘기했는데요, 이를 듣던 민 청장은 작은 소리로 "저희는 청장..."이라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총장'이 아닌 '청장'이라고 호칭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이에 홍 의원은 "청장을 쓰는 게 맞는데, 만약 경찰청장을 '총장'으로 잘못 썼다고 생각할 경우에 경찰엔 경찰청, 지방청, 서울청 셋 중에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그제서야 민 청장은 "그렇게 잘못썼다고 보신다면 청장의 직책은 한정돼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결국, 15일 경찰은 채팅방에서 등장한 '경찰총장'이 총경급 인사를 말한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해 밝혔습니다. 비록 청장도 총장도 아닌 총경이었지만, 어쨌든 해당 인물이 검찰이 아닌 경찰 관계자란 내용이 알려진 것이고요, 더군다나 이 부분이 완전한 사실로 확인된다면 경찰이 받는 타격은 정말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앞두고 있던 경찰은 이번 사태로 큰 신뢰를 잃고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자이자 최근 '회전문 인사' 비판을 받는 장하성 주중대사 내정자와 짧은 길거리 인터뷰를 가졌다. /이원석 기자

◆'주중대사'로 돌아온 장하성 '직격 인터뷰' 뒷얘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골자로 한 경제 정책을 설계했다가 성과가 나오지 않아 사실상 경질(?)됐다는 평가를 받는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주중대사로 내정되면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직접 만나서 해명을 듣고 왔죠?

-네, 지난 11일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경복궁역 인근의 한 식당 앞에서 장 주중대사 내정자를 만났습니다. 장 내정자는 '주중대사 내정'과 관련한 논란이 나날이 커지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는데요, 여러 사안에 대한 해명을 직접 듣고자 한참을 발로 뛴 끝에 외교부 청사와 정부서울청사 인근의 A빌딩에 장 내정자가 '주중대사행'을 준비하는 개인 사무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A 빌딩 로비에는 오전 11시쯤부터 40분가량 한 통신사 사진기자가 이른바 '뻗치기(무작정 기다리는 것)'를 하다 돌아가기도 했는데요, 저희 취재진은 그보다 오래 대기(?)한 끝에 장 내정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웃음).

-이날 오후 12시 40분쯤 장 내정자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즉석 인터뷰 요청 적기를 재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그에게 말을 걸어 짧은 길거리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어렵게 만났는데, 속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죠?

-네, 주중대사 내정 관련한 내용부터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이야기까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요, 단답형 혹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핵심을 비껴간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 질의를 하려 했는데, 마침 장 내정자의 옛 동료로 추정되는 5~6명의 남녀가 인근으로 다가와 대화가 종료됐습니다.

-장 내정자는 옛 동료들에게 먼저 "어떻게 길바닥에서 이렇게 만나냐, 차를 한 잔 하고 가"라며 반갑게 인사한 뒤 "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러 가겠다고"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예상 밖 불청객이 나타나 아쉽게 인터뷰가 마무리됐는데요,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찾아가서 제대로 된 답을 듣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남용희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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