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모든 콘텐츠가 웹으로 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는 영화, 가요, 방송 역시 국한된 플랫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나온 콘텐츠들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모든 연령층을 사로잡고 있다. 비단 극장으로만 한정됐던 영화는 넷플릭스의 새로운 시도로 독창적인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유튜브 커버, 음원 어플이 성행이다. 각종 음원과 어플리케이션은 날씨, 기분, 취향에 맞는 곡을 추천한다. 방송 역시 TV라는 한정된 플랫폼이 아닌 웹드라마가 인기다.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어떤 준비를 하는지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가 매주 1회 '랜선라이프' 시리즈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빅데이터, 큐레이션 등으로 상징되는 4차 혁명은 음원 소비 패턴에 큰 영향을 끼쳤다. 리스너들은 더 이상 자신들에게 주어진 음악을 있는 그대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서로 섞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하나의 노래를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다. 어떤 노래가 인기를 끌면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서 커버 곡들이 쏟아진다. 기술의 발달로 취향의 세세한 부분까지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공유 플랫폼의 발달은 단순 소비자였던 음악 팬들의 자리를 소비 겸 창작자로 확장시키고 있다.
■ 원하는대로 섞고 합치고… '매쉬업 열풍'
최근 KBS2에서 새롭게 론칭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히트 곡과 히트 곡을 매쉬업해 더 히트할 노래를 탄생시키는 '뮤직셔플쇼 <더 히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최근 온라인에서 불고 있는 '매쉬업 열풍'을 실감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매쉬업'은 어떤 재료를 으깬다는 걸 의미하는데, 음악에서는 여러 음악들을 믹스해서 만든 음반 내지 노래를 뜻한다.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매쉬업'을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영상들이 나오는데, 대체로 아마추어들이 허락을 받지 않고 만든 비상업적인 것들이다. 마마무와 제니의 노래를 섞거나, 트와이스, 블랙핑크, 레드벨벳의 노래를 합친 K팝 매쉬업 곡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매쉬업은 음악에 대한 리스너들의 일종의 인터렉티브한 반응이다. 음악 팬들은 직접 음악을 믹스하거나 매쉬업된 음악을 소비하는 것을 통해 그 음원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틱톡 같은 동영상 편집·공유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신만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한다.
음원 사이트들은 점점 더 많은 음원을 제공하고 있고, 이용자들은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원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유튜브 등 공유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흥미로운 콘텐츠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일도 간편해졌다. 단순히 팝을 넘어 클래식 등 음악의 여러 분야에까지 매쉬업이 파고드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 이 중에 하나는 네 취향이 있겠지
4차 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큐레이션이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쉬업과 연관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방대하게 쌓인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개인형 맞춤형 서비스, 즉 큐레이션은 점차 더 정교해지고 있다. 그만큼 더 많은 이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고려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커버'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이의 곡을 부르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흔히 이야기되는 '커버 영상'은 실제 자신의 노래를 녹음하는 것처럼 진지한 과정에 걸쳐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원곡보다 커버 곡을 먼저 들은 팬들이 원곡을 찾아 듣는 경우도 있다. 차트 위주의 음악 소비 패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변화다. 이렇듯 유튜브 등에서 불고 있는 '커버 열풍'은 큐레이션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에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를 조합해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 '맞춤형 콘텐츠'가 키워드
4차 혁명 시대에서 소비자는 능동적이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시간과 공간의 장벽은 허물어졌고, 이어폰의 선이 사라진 점이 증명하듯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 역시 보다 간편해지고 있다. 콘텐츠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환경 속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고 만들고 즐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튜브는 물론 멜론, 지니뮤직 등 많은 음악플랫폼들은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설계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켄 시걸 전 애플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지난 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에서 개최한 한 포럼에서 "어렵더라도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서비스'의 중요성을 꼬집은 말이다. SNS에서 범람하는 수많은 커버 영상, 매쉬업 곡들은 리스너들의 취향과 경험, 느낌을 나타내는 데이터다. 한 프로듀서는 "신선한 음악을 찾기 위해 아마추어들의 작업물을 들여다 보는 건 일상이 된지 오래"라면서 "콘텐츠 공유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음악 팬들은 점점 더 다양하게 자신들의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커버 영상과 매쉬업 붐을 보며 앞으로 음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감하고 있다. 미래에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욕구를 드러낼 것이고 전문 음악가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내다본다"고 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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