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어벤져스4'에 인터미션?"..영화 러닝타임 변천사

[이슈+] "어벤져스4'에 인터미션?"..영화 러닝타임 변천사

한국스포츠경제 2019-03-22 00:00:00 신고

[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한국 상업영화의 러닝타임(상영시간)이 120분 분량인 건 어느덧 옛말이 됐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악질경찰’(127분)과 ‘우상’(144분)이 대표적이다. 비단 두 편의 영화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러닝타임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극장에도 인터미션(intermission, 연극·공연 중 쉬는 시간)이 생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 긴 러닝타임, 창작자는 왜 욕심내나

영화 '마약왕' 스틸./쇼박스 제공.
영화 '마약왕' 스틸./쇼박스 제공.

최근 3개월 간 120분을 넘긴 한국영화는 7편이다. 지난 해 연말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마약왕’은 139분의 러닝타임을 내세운 바 있다. 1월 개봉한 ‘말모이’는 135분을, ‘뺑반’은 133분을 자랑했다. 2월 개봉한 ‘증인’(129분), ‘사바하’(122분) 등 역시 긴 러닝타임의 영화다.

물론 기존 할리우드영화에는 러닝타임이 긴 영화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타이타닉’(1998년, 194분)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2013년, 161분), ‘인터스텔라’(2016년, 169분)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그 예다. 반면 한국영화는 평균적으로 120분 내외의 분량을 내세워왔다.

최근 들어 긴 러닝타임의 한국영화가 속속들이 간판을 거는 이유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창작자의 의욕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완성도를 위한 설명에 치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러닝타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긴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창작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상’을 연출한 이수진 감독은 긴 러닝타임에 대해 “러닝타임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 정도의 분량이 될 것 같았다. 140분에서 150분 사이의 영화가 되는 것을 예상했다”며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영화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나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자신했다.

■ “줄어드는 상영횟수” VS “다양성 확보”

영화 '우상' 스틸./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우상' 스틸./CGV아트하우스 제공.

문제는 러닝타임이 길어질 경우 자연스레 다른 작품의 상영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작품인 경우 기본적으로 개봉 당일 800~1000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하고 상영횟수 역시 5000회 이상이다. 예산이 적은 영화일수록 적은 상영관과 횟수를 ‘울며 겨자 먹기’로 얻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러닝타임이 긴 영화일 경우 시간적인 제한이 많기 때문에 타 작품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년, 115분) ‘더 웹툰 예고살인’(2013년, 104분) ‘언니’(2019년, 94분) 등 주로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를 제작한 필마픽쳐스 한만택 대표는 “러닝타임이 120분을 넘길 시 최소 하루에 1-2회 손해를 본다”고 했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 역시 상영횟수를 문제로 꼽으며 “요즘 관객들은 쇼트클립이이나 짧은 유튜브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며 “러닝타임이 길어질 경우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소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 러닝타임은 매력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홍보사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는 “다양성이 더 존중 받는 시스템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평균적으로 영화 제작비가 상승한 만큼 긴 영화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어벤져스: 엔드게임’ 최장 분량 3시간..인터미션 도입 논의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현재까지 국내 누적 2870만 명 이상 관객을 동한 ‘어벤져스’ 시리즈의 신작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다른 영화들과 달리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정확한 상영 시간을 홍보하지 않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루소 형제 감독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러닝타임은 약 3시간이다.

조 루소 감독은 미국 영화 매체 콜라이더와 인터뷰에서 “(편집본은) 여전히 3시간이 넘는다”고 말했다. 안소니 루소 감독은 “지금까지 4번 편집본 시사를 진행했다. 그 중 3번의 시사에서 단 한 사람도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며 “그간 나온 22편의 영화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3시간 분량의 가치가 있다”고 자신했다.

이 인터뷰에 대해 코믹북닷컴은 마블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인터미션을 줄 지 검토 중이라는 루머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벤져스’ 측 관계자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인터미션을 도입할 경우 영화의 흐름이 끊길 것이라는 관객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월 평균 5~6회 이상 극장을 방문하는 관객 권 모씨(31)는 “긴 영화라도 재미를 갖춘 경우 어느 정도 만족은 할 것”이라며 “영화에 몰입하는 와중에 인터미션이라며 쉬는 시간을 줄 경우 흐름이 깨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화 스틸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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