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父 손웅정 가르침' 떠올리게 한 손흥민의 볼리비아전

[현장에서] '父 손웅정 가르침' 떠올리게 한 손흥민의 볼리비아전

한국스포츠경제 2019-03-23 14:31:16 신고

22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골을 뽑지 못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손흥민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KFA 제공
22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골을 뽑지 못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손흥민이 아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손웅정(55) 씨의 아들(손흥민) 교육법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손흥민(27ㆍ토트넘 홋스퍼)이 지금의 스타가 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부친 손웅정 씨일 것이다. 손흥민은 이달 초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다”라며 “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22일 볼리비아와 평가전(1-0 승)에 나선 손흥민의 모습은 손웅정 씨의 철학 A와 B를 떠올리게 했다. 부친의 평소 가르침 가운데 하나는 잘 이뤄졌고, 다른 하나는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우선 인성적으론 대 스타의 면모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대략 2017년쯤부터 경기장에서 화를 잘 다스리곤 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기억은 2016년 9월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과 1차전 때의 모습이 마지막이다. 울리 슈틸리케(65) 당시 A대표팀 감독이 교체 지시를 하자, 손흥민은 벤치로 들어오면서 그라운드에 놓인 물병을 발로 걷어찼다. 미디어로부터 따끔한 지적을 받은 손흥민은 이후 그러한 돌발행동을 최대한 자제했다.

볼리비아전에서도 잘 참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그는 슈팅 7개를 기록했지만, 1골도 뽑지 못했다. 하지만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팀이 승리할 수 있게 도와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경기에 나서지 못한 후배 이강인(18ㆍ발렌시아)을 챙기는 성숙함을 보였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모두 잘 해줬다. 공격수로서 (내 경기력에)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나에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 살리지 못해 민폐를 끼쳤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 이길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손웅정 씨는 SON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가르침을 받은 손흥민은 역시 ‘어린 선수가 가야 할 바른 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A대표팀에 첫 발탁된 ‘막내’ 이강인을 두고 “처음 소집될 때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부담은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이)강인이도 욕심을 가지되 성급할 필요는 없다”며 “훈련장에서 그의 재능을 충분히 확인했다. 가능성이 큰 선수인 만큼 팬들과 언론도 이강인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물론 볼리비아전에서 손흥민의 골 결정력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부친에게 혹독한 슈팅 훈련을 받았다. 손웅정 씨는 지난 2003년부터 6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축구공 80개를 담은 대형 냉장고 박스를 끌고 운동장에 나가 아들에게 직접 공을 던져주며 하루 3~4시간 개인기 훈련을 시켰다. 공격수로서 어떠한 상황이 와도 정확한 슈팅을 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과 각도에서 슈팅 연습을 하게 했다.

그러나 볼리비아전에서 손흥민의 슈팅은 다소 평이하고 부정확했다. 전반 31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오른발로 강력하게 슈팅 했지만, 공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5분에는 페널티지역 좌측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이 마저 수비수에게 차단됐다. 전반 40분 그는 골키퍼의 템포를 빼앗는 드리블 후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공은 또 다시 골대를 벗어났다. 손흥민의 슈팅이 빗나갈 때마다 경기장에 들어찬 4만1117명의 만원 관중은 탄식을 내질렀다. 결국 그는 파울루 벤투(50) 감독 선임 후 나선 A매치 8경기에서 무득점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본 손흥민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가 말한 대로 ‘캡틴’이자 ‘에이스’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부친의 가르침 B를 한 번 더 떠올려야 할 때다. 어렸을 때 훈련 받은 것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가 돼야 한다.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골을 넣고 웃는 얼굴로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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