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제약사들이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해 반발하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탈퇴', '약가소송' 등 초강수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더팩트DB 대웅제약·광동제약 등 제약사 84곳, 협회탈퇴·약가소송 의향 조사서 전달 받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보건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실행을 막기 위해 제약업계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탈퇴'와 '약가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84개의 제약사는 '제약 정책 변경 대책-의향 조사서'를 전달받았다. 의향 조사서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탈퇴 △약가인하 정책 시행 시 소송 진행 △생존권 사수궐기대회 등의 내용을 담은 설문이 들어있다.
특히, 해당 조사서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탈퇴 후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전 가입도 조사 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보건당국의 약가인하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협상 테이블에서 중소제약사의 입장은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의향 조사서를 전달받은 84개 제약사 대부분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로 가입된 상태며, 협회 탈퇴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194개 회원사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의향 조사서는 대웅제약, 광동제약, 한국콜마 등 매출 규모가 큰 제약사에도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의향 조사서는 19일 있었던 '80개 중소제약사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한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전달된 것으로, 의향 조사서를 받았다고해서 모두 집단 행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아니다.
의향 조사서를 받은 한 제약사 관계자는 22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 19일 열린 긴급대책회의에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만 간 것이 아니다"며 "업계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하고 조사서를 받았다고해서 의향 조사서를 전달한 주체자들의 행동을 지지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7년만에 약가제도 개편안을 실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중소제약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더팩트 DB 보건복지부는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까지 약가를 보장해주던 정책을 7년 만에 대폭 손볼 예정이다.
잠정 개편안에는 최저가를 보장해주던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 복제약 가격을 일정 요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담겨있다. 복제약 상한가는 △완제의약품 직접 생산 △생동성시험 수행 △원료의약품 직접 등록(DMF) 유무 등 세 가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차등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복제약 보험상한가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를 받을 수 있지만,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상한가 책정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등재된 제네릭 순서에 따라 상한가가 낮게 부여되는 차감제도 도입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약가 전면 인하'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종전보다 약가가 20% 이상 떨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정부 약가인하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중소제약사들은 문을 닫는 회사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제약사들의 경우 생산시설은커녕 연구소도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약가인하 방안은 대형 제약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중소제약에는 치명적 결과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 약가인하 계획과 관련한 협회의 입장 향방에 따라 일부 회원사 탈퇴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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